CJ제일제당, 9.7% 올리기로
삼양사·대한제당도 논의중
삼양사·대한제당도 논의중
연말 설탕값이 큰 폭으로 올라 내년 초부터 관련 식품 물가가 들썩거릴 것으로 보인다.
씨제이(CJ)제일제당은 24일부터 설탕 출고가를 평균 9.7% 올린다고 22일 발표했다. 가정용 하얀 설탕 1㎏의 출고 값은 1195원에서 1309원으로 9.5%, 대용량 15㎏ 제품은 1만5403원에서 1만6928원으로 9.9% 오른다. 씨제이제일제당 관계자는 “국제 원당 값이 1980년대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폭등이 지속하면서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가격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뉴욕국제선물거래소 거래시세 기준으로 지난 2월 파운드 당 30.40센트까지 치솟았던 국제 원당 시세는 올해 중반 잠시 하락했다가 9월 이후 다시 가파른 상승세로 돌아서 이달 21일 현재 33.02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15센트를 밑돌았던 지난해 초에 견주면 갑절 이상 오른 수준이다. 지난해 8월 씨제이를 비롯한 제당업계는 설탕값을 8% 올렸지만 누적된 가격상승압력에 견주면 턱없이 부족한 인상분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씨제이제일제당은 지난 3월 이후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0% 이상 줄었다.
현재 설탕은 이른바 ‘엠비(MB)물가’ 품목과 정부의 48개 가격감시 조사품목에 모두 들어가 있다. 씨제이제일제당은 애초 15% 인상안을 추진했으나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뒤 한자릿수 인상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설탕 재고량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한국 원당 공급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가 최근 몇 주 동안 사상 최대 홍수를 겪어 원당 생산량이 급감한 탓에 당분간 설탕값 안정은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씨제이제일제당 관계자는 “원료 의존도가 높은 설탕 산업의 특성상 현재 원당값 추세로는 추가 인상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씨제이제일제당의 가격 인상에 따라 삼양사, 대한제당 등도 설탕값 조정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설탕값이 오르면서 밀가루나 빵·과자 등도 시차를 두고 값이 올라갈 전망이다. 제분업계 관계자는 “국제 곡물가격 폭등으로 정부 눈치만 보던 제분업계도 조만간 가격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구제역 파동으로 내년 초 우유수급 불균형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 연초부터 식품 물가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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