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의 최대 30% 관세…7월 발효뒤 단계별 철폐
고가전략에도 매출은 늘어 가격인하 가능성 희박
고가전략에도 매출은 늘어 가격인하 가능성 희박
지난달 국내 주요 백화점의 샤넬 제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갑절 이상 뛰었다. 샤넬 측이 5월 초 주요 제품의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서둘렀기 때문이다. 애초 10% 안팎으로 예상됐던 가격 인상률이 결국 25%로 크게 늘면서 대부분의 샤넬 제품은 예전보다 백만원 이상 비싸졌다.
오는 7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잠정 발효가 유럽산 명품 의류·잡화나 화장품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거리다. 일단 수입가격이 낮아질 여지는 있다. 현재 유럽산 직물이나 가죽소재 제품은 8~13%의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의류제품의 관세는 대부분 즉시 철폐되고, 잡화나 보석류의 경우엔 3년 안에 단계별로 없어진다. 현재 698만원에 백화점에서 팔리고 있는 샤넬 ‘2.55 빈티지’(점보 사이즈)의 경우 649~663만원으로 40~50만원 가량 낮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 가격 인하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업체들이 수입원가가 줄어든 만큼 소비자 가격을 반드시 내려야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가격정책의 열쇠는 브랜드 본사가 가지고 있다. 신세계 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주부터 각각의 브랜드 본사와 가격조정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며 “본사의 글로벌 가격정책이 있기 때문에 얼마나 인하할 지는 본사의 의견을 반영해서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샤넬이나 루이비통처럼 외국업체들이 직접 들여오는 브랜드의 경우엔 가격 인하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주요 명품 브랜드는 전략적으로 고가를 유지하는데다 고가 정책을 유지해도 매출이 해마다 두자리수 비율로 올라가고 있어 가격 인하 가능성이 낮다”면서 “고가의 명품도 가격민감도가 있기 때문에 만약 낮은 비율이라도 가격을 인하하면 매출 상승폭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3~5년에 걸쳐 8%의 관세가 사라지는 유럽산 화장품도 소비자 가격이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예측이다. 한 백화점 화장품 선임상품기획자는 “몇년에 걸쳐 줄어드는 인하폭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 화장품은 특성상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수입업체들이 제품가격을 낮추기보다 남는 비용을 공격적인 마케팅에 활용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수입되던 명품보다는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유럽 내셔널 브랜드를 들여오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장준기 대한화장품협회 상무는 “전통적으로 유럽은 화장품 강국이라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업체들도 이번 협정 체결을 통해 한국시장 진출을 준비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는 고가의 백화점 브랜드 위주였지만 앞으로 대중적인 브랜드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국내 브랜드숍 제조업체들이 타격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백인수 롯데유통전략연구소 소장도 “명품의 경우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가격 인하효과가 적을 수 있지만 아직 한국에 덜 알려진 ‘매스티지’브랜드(명품보다 한 단계 낮은 가격정책을 쓰는 브랜드)들이 유입돼 국내 브랜드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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