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시장 진출 5년 만에 단일브랜드로 1000억원 매출을 기록한 한국형 에스피에이 브랜드 르샵의 디자인실. 다른 여성복 브랜드보다 3배 이상 많은 35명의 디자이너들이 한해 2600여 종의 신제품 디자인을 쏟아낸다. 르샵 제공
기업 현장 패션브랜드 ‘르샵’
5년만에 매출 1200억 달성
백화점 영캐주얼 판매 1위
다음 목표는 중국시장 진출
* SPA : 생산·유통 모두 담당
5년만에 매출 1200억 달성
백화점 영캐주얼 판매 1위
다음 목표는 중국시장 진출
* SPA : 생산·유통 모두 담당
서울 대치동에 자리잡은 여성패션 브랜드 ‘르샵’ 본사 3층. 이달 초 찾은 이곳 디자인팀 사무실 풍경은 여느 의류 회사와는 크게 달랐다. 으레 갖가지 옷감과 봉제도구들로 가득찬 풍경을 상상했으나, 정작 이곳에선 마우스펜을 이용해 컴퓨터 스케치 작업에 열중하는 모습만 눈에 띄었다. 인체 모형에 옷을 입혀 ‘핏’을 맞춰보고 시침핀으로 수정을 하는 작업은 2층의 테크니컬팀에서 이뤄진다. 테크니컬팀은 디자인팀이 내놓은 기본 콘셉트를 바탕으로 실제 입을 수 있는 옷을 완성하는 팀이다. 이처럼 디자인 인력을 디자인팀과 테크니컬팀 두 팀으로 서로 분리하는 것은 디자이너들이 옷에 매달려 기본 콘셉트나 트렌드를 파악하는데 소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르샵만의 독특한 디자이너실 운영방식이다.
제조·생산 및 유통을 모두 담당하는 에스피에이(SPA)는 최근 2~3년새 젊은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의류 제품군이다. 저렴한 가격에다 트렌드에 맞춰 1~2주에 한 번씩 새로운 디자인을 발빠르게 선보이는 게 비결이다. 주요 대형 백화점의 고가 여성복들이 자라(ZARA)나 에이치앤엠(H&M) 등 외국계 에스피에이 브랜드의 위세에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르샵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시장 진출 5년 만인 지난해엔 1200억원 매출을 달성하며, 백화점 영캐주얼군 브랜드 판매 1위에 올랐다.
지난 2006년 르샵을 만든 이종열 대표(46)는 패션기업 영업맨 출신으로, 독립한 뒤 아웃렛 사업을 펼치다가 브랜드 르샵을 런칭했다. 2000년대 들어 패션 아웃렛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패션 브랜드들이 저마다 아웃렛 사업에 뛰어들자 자체 컨텐츠 없이 유통에만 매달려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 때 이 대표의 눈에 띈 게 바로 유럽과 일본 등을 강타한 에스피에이 브랜드였다. “소득수준이 2만달러 수준으로 갈 때 의류업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명품과 중저가 브랜드의 양극화더군요. 한국시장도 조만간 이렇게 시장이 재편될 거라는 예측으로 르샵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스페인계 브랜드 ‘자라’를 벤치마킹한 이 대표는 20대 중후반의 여성층을 겨냥한 중저가 제품으로 콘셉트를 잡았고, 2007년 트렌치코트 2만장을 팔아치우면서 일찌감치 브랜드의 성공을 낙관했다. 한국인 체형을 고려한 디자인과 고객들을 일대일로 대응하는 국내 백화점식 영업은 외국계에 맞서는 데 크게 보탬이 됐다.
르샵의 다음 목표는 중국 시장 진출이다. 지난해 6월 중국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 3월에는 광저우에 생산본부를 만들었다. 에스피에이 브랜드의 생명인 ‘속도’와 ‘규모의 경제’를 중국 시장에서 맘껏 펼쳐보기 위해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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