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떨어졌지만 건고추·새우젓 등 2배씩 ‘껑충’
양념 전체비용의 75%…정부, 고추 공급확대키로
양념 전체비용의 75%…정부, 고추 공급확대키로
올 겨울 김장 비용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마트가 24일 가격을 기준으로 내놓은 김장비용(4인 가족)을 살펴보면, 올해 비용은 27만660원으로 지난해 26만8144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김장비용이 20만원 중반대에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지난해와 올해 상황은 크게 다르다. 지난해엔 배춧값이 유례없는 폭등을 기록하면서 전체 김장비용을 끌어올렸던 것과는 달리, 올해엔 배추 등 주재료 가격은 크게 떨어진 반면 건고추와 새우젓, 소금 등 각종 부재료값 비중이 전체 비용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주재료보다는 부재료값이 크게 치솟은 탓이다.
실제로 지난 9월부터 맹렬한 기세로 오름세를 보이던 건고추값은 이달 들어 차츰 진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난해에 견주면 갑절 이상 뛴 상태다. 올해 건고추값이 전체 김장비용에 차지하는 비중은 35.1%나 된다. 이처럼 건고추값이 급등한 것은 지난 여름 폭우로 인한 일조량 부족에다 주요 고추 생산지인 충청도 지역에 탄저병이 퍼져 수확량이 40%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마트 채소팀의 이범석 바이어는 “9월부터 건고추값이 오르면서 덩덜아 고춧가루도 상인들의 기대심리로 출고량이 줄어 지난해보다 갑절 가량 값이 올랐다”며 “가격이 오르다보니 사전 계약을 파기하는 농가들까지 속출해 대형마트들도 건고추와 고춧가루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새우젓도 이달 들어 무섭게 가격이 오르고 있다. 2kg짜리의 경우 지난해 1만1000원하던 게 올해엔 2만5920원으로 갑절 이상 뛰었다. 김장용 새우는 매년 9월 말부터 잡히기 시작하는데, 바닷물 수온 상승으로 어획량이 줄어든데다 젓갈을 담는데 쓰는 소금값까지 30%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새우젓과 함께 많이 쓰는 해산물인 굴 역시 값이 크게 뛰고 있다. 곽명엽 롯데마트 수산담당 상품기획자는 “일본 대지진으로 세계 최대 굴 산지인 센다이 지역의 굴이 집단 폐사해 일본쪽으로 수출이 3배나 증가하면서 시세가 작년보다 50% 가량 올랐다”며 “김장 시즌 때까지 계속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건고추값 급등을 막기 위해 9월 초 수입 건고추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관세를 낮췄던 농림수산식품부는 본격적인 김장철이 시작되는 11월 중순부터 수입 건고추 방출량을 현재 주당 400t 규모에서 700t으로 늘리고 농협 계약재배 출하잔량 2300t 중 2000t을 집중공급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격 진정도 중요하지만 건고추나 고춧가루를 못 사 김장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 공급량을 최대한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