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엘지전자 LD-107DDR, 캐리어에어컨 CDH-120S, 리홈 LDD-A081W, 웅진코웨이 APD-1212BH. 각 사 제공
빨리 온 더위, 길어진 여름
제습기 판매량 매년 급증
선풍기랑 쓰면 실내가 쿨~
전기료는 에어컨 10분의 1
제습기 판매량 매년 급증
선풍기랑 쓰면 실내가 쿨~
전기료는 에어컨 10분의 1
요즘 생활가전 업계의 최고 스타는 제습기다. 습도를 낮춰주는 제습기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감조차 미미한 ‘마이너’ 가전제품이었다. 하지만 이젠 해마다 두배 가까이 시장 규모가 커지는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특히, 올해 들어선 판매 열기가 훨씬 빨리 달아올랐다. 평소 제습기 비수기로 꼽히던 봄철부터 판매에 가속도가 붙더니, 장마철을 앞둔 6월 들어서도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예년과 달리 황사가 빨리 지나가고, 무더운 여름 날씨가 일찍 찾아온 덕을 본 것이다.
국내 제습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엘지(LG)전자 관계자는 “올 들어 5월까지 제습기 누적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 기후변화, 빨래건조, 절전효과 등 겹쳐 인기 2008년만 해도 4만대 이하였던 제습기 판매량은 2010년 15만대, 지난해 20만대에 이어 올해는 35만~4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제습기 수요가 최근 몇 년 새 급증하고 있는 이유로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여름이 길어지고 폭우가 잦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제습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엔 실내에서 빨래를 말리는 가정이 많은데, 제습기를 틀어놓으면 빨래가 2배 이상 빨리 마른다는 사실이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으로 널리 퍼진 것도 판매량 증가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제습기의 ‘절전효과’도 인기 비결이다. 실제 제습기와 선풍기를 함께 사용하면 체감온도를 낮춰줘 에어컨과 맞먹는 냉방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전기료는 같은 시간 동안 에어컨을 가동하는 것에 견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 가전업체 치열한 경쟁에 새 제품 출시 봇물 제습기가 잘 팔리자 가전업체들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고 새 제품 출시도 줄을 잇고 있다. 1998년부터 제습기 사업을 시작한 엘지전자와 냉난방 공조기 부품업체에서 2007년 완성품 생산업체로 변신한 위닉스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리홈, 위니아만도, 웅진코웨이, 동양매직 등이 가세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4월 첫 제습기 제품(AD-1512AC)을 출시해 두 달 만에 1만8000대를 판매하며 시장에 안착한 웅진코웨이는 두 달도 채 안 돼 새 제품인 청정제습기(APD-1212BH)를 내놨다. 이 제품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유해 바이러스를 99.9% 제거하는 4단계 항바이러스 필터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탑재해 공기청정 및 살균 기능까지 갖췄다. 최대 15ℓ 용량의 제습기와 공기청정기를 합친 ‘올인원’ 제품이라 값은 일반 제습기보다 훨씬 비싼 119만8000원이다. 매달 3만9600원에 대여도 가능하다.
위니아만도도 최근 폭 22.5㎝의 슬림한 디자인을 내세운 제품(WDH-072CB)을 선보였다. 바닥에 바퀴가 달려 있어 집안 곳곳으로 손쉽게 이동해 사용할 수 있다. 제습 용량은 7ℓ로, 29㎡(9평) 정도의 방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가격은 20만원대 중반이다. 캐리어에어컨도 12ℓ 용량으로, 48㎡(15평)까지 제습이 가능한 제품(CDH-120S)을 내놨다. 정전 등으로 전원이 갑자기 꺼졌다가 켜져도 이전과 똑같은 운전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번거롭게 다시 습도를 설정할 필요가 없다. 값은 27만원이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제품은 24시간 연속 제습기능을 갖춰 실내를 항상 40~60%의 건강습도로 맞춰주고, 제품에 호스를 연결하면 물통을 매번 비우는 번거로움 없이 연속 배수가 가능하다. 제습 용량 10ℓ인 가정용 3종과 제습 용량 24ℓ, 33ℓ인 업소용 2종이 있고, 가격은 34만9000~49만9000원이다. 지난해 신발과 의류건조 기능에 공기청정 필터까지 갖춘 10ℓ 용량의 주력 모델(LD-107DDR)을 내놓은 엘지전자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올여름 다양한 용량과 기능의 새 제품을 선보이고 마케팅도 강화할 계획이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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