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 476개 상품군 판매증감 지수 4분기째 내리막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대형마트의 소비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인 ‘이마트 지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마트 지수는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476개 상품군의 판매량 증감 수준을 분기별로 지수화한 것으로 100 이상이면 전년 동기보다 소비가 늘었고, 100 미만이면 소비가 줄었다는 뜻이다.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이마트 지수가 2009년 1분기 지수 산출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낮은 92.0을 기록했다고 17일 밝혔다. 기존 최저치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제가 급격히 위축됐던 2009년 1분기에 기록한 94.8이었다. 이후 이마트 지수는 2010년 3분기에 108.0까지 치솟았지만, 유럽발 부채위기 등으로 내수침체가 이어지면서 2011년 3분기부터 4분기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세부항목 지수를 보면 의생활(89.4), 식생활(92.0), 주생활(95.9), 문화생활(89.9) 등 네 가지 지수가 모두 100 미만을 기록한 가운데 불황의 여파가 비교적 적게 미치는 식생활 지수마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김민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 팀장은 “대형마트 영업규제,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의한 소비 위축으로 이마트 지수가 조사 이래 가장 낮았다”며 “불황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던 먹을거리 소비마저 줄어들 만큼 내수 경기위축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소비자심리지수(CSI)도 내수 부진을 반영하고 있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6으로 올 들어 가장 나빴던 1월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5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소비자심리지수는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해, 부자들까지 지갑을 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마트 등에서는 소형 제품이나 저렴한 상품 위주로 소비가 일어나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올 상반기 에어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7% 줄고, 대신 선풍기 판매가 8.7% 늘었다. 식품매장에서도 가격이 비싼 베이커리 빵은 같은 기간 매출이 22.1%나 줄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품회사의 봉지 빵은 판매가 20.9% 증가했다.
소비심리 위축은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경제동향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6월 소매부문 지표 속보치를 보면, 대형마트와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6월에 비해 각각 7.4%, 1.2%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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