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백화점 여성복 이벤트홀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의류 재고 증가율 1년새 2배↑
백화점 역대 최장 세일에도
여성옷 판매 찬바람 ‘쌩쌩’ “의류는 경기와 날씨 영향 커…
무더위에 구매의욕 더 떨어져” 불황에 이상고온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옷이 안 팔리고 있다. 연간 40조원 규모로 내수 시장의 13.5%를 차지하는 의류업계는 남아도는 옷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역대 최장기간 여름 정기세일을 하고도 신통찮은 실적을 낸 것도 의류 판매가 부진한 탓이다.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의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절반이 넘는다. 지난 4월 한 대형마트에 이어 지난달엔 한 백화점에서도 재고 소진을 위해 옷을 저울로 달아 g당 30원을 받고 파는 행사가 열렸다. ■ 의류 재고 증가율 지난해보다 2배 높아 사정이 이렇자 급기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2일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의류 재고 문제가 논의되기까지 했다. 이날 회의 탁자에 오른 산업연구원의 ‘의류 재고시장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올해 1~5월 의류 재고 증가율은 29.7%로, 지난해(15.3%)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2005년 이래 재고 증가율이 10~20%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재고가 늘자, 같은 기간 생산과 출하 증가율도 각각 -2.1%와 0.3%로 부진했다. 박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부진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재고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국내 의류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해 시장 분석 능력이 떨어지고,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도 수요 예측을 하기보다 의류업체에 임대매장을 내주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생산액 대비 재고 비율도 20%에 육박한다. 옷 100만원어치를 만들면 20만원어치가 재고로 쌓인다는 얘기다. 일반 제조업 평균인 9.0%보다 2배 이상 높다.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세일 기간을 늘리고 소비자 반응을 살펴 생산량을 조절하는 등 나름 대응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의류판매업을 하는 조동안 사장은 “판매가 워낙 부진하다 보니 도산하는 소규모 업체들이 속출하고, 이들이 가지고 있던 물량은 재고로 쌓이고 있다”며 “경기도 일대의 컨테이너 물류창고에 가보면 대부분이 의류 재고”라고 전했다. 애초 책정한 정상가격으로 판매되는 비율도 줄고 있다. 일반 브랜드 의류의 경우 30%가 백화점 등에서 정상가격으로 판매되고, 30~40%는 백화점 할인판매, 나머지 30~40%는 아웃렛·홈쇼핑 할인판매 등으로 처리된다. 그래도 남는 재고는 떨이로 팔거나 소각한다. 박훈 연구위원은 “정상가격 판매 비율이 최근 30%에서 20% 정도로 떨어졌다”며 “할인을 해도 판매량이 평년의 절반가량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 옷 안 팔려 백화점 세일도 무용지물 의류 판매 부진으로 백화점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상반기 실적 부진을 만회하려고 통상 2주인 여름 정기세일 기간을 한달로 늘렸지만,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1%대에 그쳤다. 롯데는 올여름 정기세일(6월29일~7월29일) 매출이 지난해(6월24일~7월25일)보다 1.8% 증가했고, 현대와 신세계도 각각 1.2%와 1.6% 증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여름 정기세일 기간의 매출 증가율(롯데 9%, 현대 10.1%, 신세계 12%)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백화점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의류 판매가 부진했던 게 결정적이었다. 롯데와 현대의 경우, 이번 여름 세일 기간 동안 여성의류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0.8%와 2.7% 줄었다. 그나마 아웃도어 의류와 가격이 저렴한 ‘제조·유통 일괄형 의류’(SPA) 브랜드가 선전해 매출 감소폭을 줄일 수 있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의류는 경기와 함께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 품목”이라며 “지난겨울이 따뜻했고 봄이 짧아 겨울옷과 봄옷이 잘 안 팔렸고, 최근엔 너무 더워 쇼핑 환경이 좋지 않다 보니 소비자들의 옷 구매 의욕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화점의 매출 부진은 카드 승인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2일 여신금융협회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백화점의 카드 승인 실적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18.3% 급감했다. 백화점 카드 승인 실적은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수헌 최현준 권오성 기자 minerv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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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역대 최장 세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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