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우롱하는 과자·음료 꼼수 인상
식품업계 “가격인상 아닌 조정”
식품업계 “가격인상 아닌 조정”
지난주 사이다와 콜라의 출고가를 올린 롯데칠성음료는 관련 보도자료를 내면서 ‘가격인상’이 아니라 ‘가격조정’이라는 표현을 썼다. 16개의 대상 품목 가운데 10개는 출고가를 올리고 나머지 6개는 내렸기 때문에, 겉으로 볼 때 가격조정이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롯데칠성음료가 값을 올린 품목은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게토레이, 레쓰비 등 매출 비중이 큰 주요 제품들이다. 반면 델몬트 스카시플러스, 데일리씨(C)비타민워터 등 상대적으로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은 가격을 내렸다.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식음료업계의 ‘눈 가리고 아웅’식 인상 관행이 다시 번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롯데칠성음료의 사례와 같은 ‘물타기’ 방식이다. 가격 인상 때 매출 비중이 작은 일부 품목을 가격 인하 목록에 끼워넣어, 제품가 인상 효과를 최소화하는 ‘착시 효과’를 노린 것이다.
다른 업체의 사정도 비슷하다. 농심은 최근 ‘국민간식’ 새우깡의 가격을 900원에서 1000원으로 11% 올렸다. 역시 매출 비중이 높은 칩포테이토와 수미칩 출고가도 각각 50원과 100원 인상했다. 반면 매출 비중이 미미한 콘스틱과 별따먹자 값은 60원씩 내렸다. 연평균 매출이 600억~700억원 수준인 새우깡 가격은 10% 넘게 올리면서 매출 규모로는 비교가 안 되는 2개 제품 가격을 같이 내려 ‘물타기’를 한 셈이다.
스타벅스코리아도 지난 5월 32개 품목의 가격은 올리고, 13개 품목은 내리는 ‘가격조정’을 했다. 그런데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라멜 마끼아또, 카페모카, 그린 티 프라푸치노 등 판매량 1~5위를 차지하는 대표적 품목들은 모조리 가격 인상 목록에 포함됐다. 가격이 내린 음료 13종은 라벤더 얼그레이 등 티라떼와 화이트모카 프라푸치노 등 비교적 주문량이 적은 제품들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값을 올리면 어느 정도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대표 제품 가격만 인상해 내실을 챙기면서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두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