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운영하는 면세점
관광공사 “계약연장” 요청에 인천공항 “입찰 진행하겠다” 공문
면세시장 80% 차지 롯데·신라 입찰 가능성…“독과점 심화” 우려
면세시장 80% 차지 롯데·신라 입찰 가능성…“독과점 심화” 우려
한국관광공사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운영하는 면세점(사진)의 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관광공사가 2008년 이후 지방공항과 항만 등의 면세점 운영에서 잇따라 손을 뗀 데 이어, 최대 사업장인 인천공항에서도 민간업체에 자리를 넘겨주는 절차가 가시화하고 있다. 관광공사 노조는 “재벌 대기업의 면세점 사업 독과점이 심화하고, 국산품 판매가 위축될 것”이라며 인천공항 ‘면세점 민영화’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관광공사는 3일 “지난 달 말 인천공항공사로부터 관광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면세점에 대한 입찰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관광공사가 내년 2월 면세점 계약 만료(계약기간 5년)를 앞두고 지난 6월 계약 연장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데 대한 답변으로, 인천공항공사가 관광공사를 대신할 새 사업자를 찾겠다는 의사를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정식입찰 공고는 이달 말께 이뤄질 전망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관광공사는 수의계약을 통해 5년 동안의 면세점 운영권을 받았는데, 애초 계약 연장 조건이 없었기 때문에 입찰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공항에는 관광공사, 호텔롯데, 호텔신라 등 3개 업체가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관광공사는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192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점유율 10% 정도를 차지했고, 나머지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각각 50%와 40%로 양분하고 있다. 업계에선 입찰공고가 나면, 롯데와 신라 양쪽이 관광공사 면세점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롯데와 신라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둘러싸고 이미 두 차례나 법정 공방을 벌인 적이 있다. 2009년 롯데가 인천공항 면세점을 운영중이던 에이케이(AK)플라자를 인수하자 신라가 법원에 영업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2011년엔 신라가 인천공항 면세점에 국외 고가브랜드 ‘루이뷔통’을 유치한 것과 관련해 롯데 쪽에서 계약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관광공사 노조는 그동안 천막시위, 기자회견 등을 통해 ‘면세점 민영화’에 강하게 반대해 왔다. 국가가 징세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특혜를 준 면세사업의 과실이 특정 재벌 대기업들에만 쏠리게 되고, 이에 따라 국산 중소기업 제품 판매, 관광진흥 투자 등 그동안 관광공사 면세점이 담당해 온 공적 기능도 사라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2008년 12월 목포해항 면세점을 시작으로 속초해항·무안공항·청주공항 등의 관광공사 면세점이 잇따라 폐점하면서, 관광공사의 국내 면세사업 시장점유율은 2007년 12.02%(2위)에서 지난해 4.19%(4위)로 급락했고, 인원 감축도 뒤따랐다. 반면 같은 기간 롯데는 42.24%(1위)에서 50.75%(1위)로, 신라는 10.89%(3위)에서 28.38%(2위)로 몸집을 불려 양강 체제를 확고히 했다.
오현재 관광공사 노조위원장은 “민간 면세업자의 수익은 고스란히 자신들 주머니로 들어가지만, 관광공사는 지난 50년 동안 면세점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제주 중문관광단지 개발비, 경주 보문관광단지 개발비 등 관광진흥 부문에 재투자했고, 국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비로도 사용해왔다”며 “관광공사가 면세점 사업에서 퇴출당하면 이런 선순환 구조가 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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