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제 곡물가 폭등 후폭풍
정부 가격통제 정책도 힘 잃어
정부 가격통제 정책도 힘 잃어
지난해 중반부터 시작된 국제 곡물 가격 폭등 여파가 본격적으로 국내 장바구니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업계는 ‘원가 압박’을 이유로 지난 연말 이후 앞다퉈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의 행정지도 등을 통한 가격 통제로 억눌려 있던 가격 인상 수요마저 정권 교체기를 틈타 분출하면서 밥상 물가 불안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최근 식품 가격 인상과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업체는 씨제이(CJ)제일제당이다. 업계 1위로 취급 품목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씨제이제일제당은 지난 11일 된장과 고추장 등 장류 가격을 평균 7%가량 올렸고, 지난 연말에는 두부(평균 9.3%), 콩나물(13.6%), 올리브유와 포도씨유(평균 8.7%), 밀가루(평균 8.8%) 값도 올렸다. 경쟁업체인 풀무원은 씨제이제일제당에 앞서 두부와 콩나물 값을 올렸고, 대상은 된장과 고추장 가격 인상 방침을 결정하고 시기를 조율중이다.
밀가루는 제일제당뿐 아니라 동아원(8.7%)과 대한제분(8.6%) 등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3사 모두 가격을 잇달아 올렸다. 1차 가공식품인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서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빵·과자·라면업체들도 가격 인상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잇따른 식품 물가 상승은 지난해 중반 이후 밀·옥수수·콩 등의 국제 가격이 폭등하면서 예상된 일이다. 지난해 6월 말부터 가뭄 등의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이 한 달 새 40%나 급등했고, 옥수수와 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고공행진하던 곡물 가격은 지난달부터 꺾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연초에 비해선 20%가량 비싼 수준이다. 지난해 말 이후 환율하락으로 수입 가격 하락 효과가 나타났다고는 하지만, 곡물 가격 상승 폭에 견줘선 미미한 편이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해당 곡물의 선적·운송·제조 등의 과정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통상 4~7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관련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6~9월 밀·옥수수·콩 가격 급등이 지난 연말에서 올해 초 사이 국내 소비자물가를 0.33%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연구원은 당시 밀가루(33.3%), 사료(9.9%), 두부(5.7%), 장류(2.6%), 식물성유지(6.4%), 국수류(4.4%) 등 밀·옥수수·콩을 사용하는 가공식품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밀가루는 제조원가에서 밀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는데다 국내 밀 자급률이 1%도 안 돼, 국제 밀 가격 변동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씨제이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해 밀 가격이 급등한 시점에 계약한 물량이 지난해 말부터 국내 생산에 투입되고 있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물가통제 정책이 더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가격 인상 수요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도 최근 식품 물가 불안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가격 인상 요인은 많았지만 대부분 업체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음 정권이 들어오기 전에 어떻게든 가격을 올리려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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