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이마트 등기이사 물러나 부당거래·노조탄압 책임 회피용?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잇단 검찰조사에 부담 느낀듯
신세계 “전문경영인 중심 구축”

베이커리(제빵)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정용진(사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세계와 이마트 등기이사에서 물러난다.

신세계그룹은 20일 “다음달 15일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진 개편을 확정할 예정인데, 정 부회장은 등기이사로 새로 선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2010년 3월 처음으로 신세계 등기이사에 선임돼 총괄 대표이사를 맡았고, 2011년 5월 법인이 신세계와 이마트로 분리된 뒤에는 두 회사의 대표이사를 각각 맡아왔다.

신세계그룹은 “정 부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은 2011년 기업 인적분할 당시부터 논의됐던 것으로, 각사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정 부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해왔던 신세계와 이마트의 기존 전문경영인들이 단독 대표이사로 경영을 총괄하고, 정 부회장은 미래 성장을 위한 신성장동력 추진에 기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룹 관계자는 “과거 이명희 회장(대주주)-구학서 대표이사(전문경영인) 체제처럼, 전문경영인 중심의 시스템을 다시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선 최근 신세계그룹과 정 부회장 본인이 처한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를 통해 베이커리 계열사인 신세계에스브이엔(SVN)을 부당지원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최근 검찰에 소환됐고,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정식 재판에도 회부됐다. 이마트도 노조설립을 방해하기 위해 직원들을 사찰했다는 의혹으로 서울노동지방청과 검찰의 수사를 받는 등 그룹이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정 부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을 두고, 오너로서 권한은 누리면서 책임은 피해가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등기이사는 이사회에 참석해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며, 그에 대한 책임도 지게 된다. 특히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된 행위를 하거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경우 회사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선임되지 않은 것을 놓고도 책임경영을 외면한다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신세계그룹 쪽은 “검찰 조사 등으로 인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고 책임을 피하자는 의도도 없다. 시기상 오해를 살 수 있어 등기이사 사임을 미루자는 일부 의견도 있었지만, 3년 임기가 다음달 끝나는 상황이어서 애초 예정된 대로 실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정 부회장 사임에 따라 기존 등기이사 3명을 모두 교체해 김해성 경영전략실 사장, 장재영 신세계 대표, 김군선 지원본부장을 신규 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이마트도 허인철 대표를 제외한 두 명의 등기이사를 교체해 김해성 사장과 박주형 경영지원본부장을 신규 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김수헌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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