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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장안의 화제 ‘허니버터칩’, 개발자가 밝힌 인기 비결은?

등록 2014-11-19 11:30수정 2014-11-20 08:15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정명교 해태제과 연구소장 인터뷰]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자칩 100여종 공수해 먹어봐
짭짤한 맛, 단맛, 고소한 맛 동시에 내느라 2년 걸려
아카시아 벌꿀과 고메버터 배합했더니 바로 ‘이 맛’
1천명 대상 ‘블라인드 테스트’ 했는데 93%가 선택”
2012년 12월 해태제과에 한 태스크포스팀(TFT)이 구성됐다. ‘감자칩 개발 특별팀’이었다. 오리온의 ‘포카칩’과 농심켈로그의 ‘프링글스’ 등이 지배하는 감자스낵 시장에 도전장을 내기 위해서였다. 해태에도 ‘생생감자칩’이 있지만 포카칩과 프링글스에 밀려 만년 열세였다. 연간 2000억원의 감자칩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로 보였지만 여전히 연 7~8%의 성장율을 보이고 있어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었다.

1년 9개월의 연구끝에 지난 8월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을 내놨다. 한마디로 대박이 났다.(▶ 어떤 과자이길래…돈 있어도 못 먹어) 광고 한번 하지 않았는데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 품귀 현상 ‘허니버터칩’…중고사이트에도 등장) 출시 100여일만인 지난 17일까지 허니버터칩은 10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4년차 ‘해태맨’인 정명교(52) 해태제과 연구소장에게도 “이렇게 시장에서 빠른 반응을 보인 제품은 처음”일 정도다. 그는 이번 감자칩 태스크포스팀을 총괄했다. 개발팀과 마케팅팀이 모여 국내 30여종의 감자칩과 전세계적으로 100여종에 이르는 감자칩을 공수해 먹어봤다. 대부분 짰다. ‘짠 맛 탈피=새로운 맛 구현’이 목표가 됐다.

“해태 제품 중에 2008년에 나온 ‘신당동떡볶이’라고 있습니다. 기존에 ‘짱구’ 과자들 아시죠? 이게 달달한 맛인데 여기에 고추장을 적용해 매운 맛을 구현한 제품이거든요. 한국인이 좋아하는 고추장 맛은 매운 게 기본이지만 밑에는 단 맛이 깔려있습니다. 맵지만 달달한 게 올라오는 맛에서 힌트를 얻어 감자칩도 짭짤하지만 달콤하고 고소한 맛을 내보자고 목표를 세우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비슷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의 가루비사에서 내놓은 ‘행복버터포테이토칩’이 있었다. 2012년과 2013년 각각 두 달씩 시즌 제품으로 출시됐으나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진 못했다고 한다. 가루비는 2011년 해태제과와 합작회사를 만든 곳이다. 일본에서 인기를 끈 과자의 경우 가루비의 레시피를 받아 국내에 출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허니버터칩의 개발은 전적으로 해태에서 진행했다고 정 소장은 설명했다. 생산은 합작사에서 한다.

“가루비의 행복버터칩은 버터맛이 강해 저희 제품과 맛이 많이 다릅니다. 무엇보다도 일본 제품은 MSG를 사용해 감칠맛이 많이 나죠. 저희는 MSG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짭짤한 맛과 단 맛, 고소한 맛을 동시에 내느라 개발 과정이 2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단맛에는 꿀을, 고소한 맛에는 고메버터가 사용됐다.

“일반적으로 단맛을 낼 땐 설탕을 사용하거나 포도당이나 올리고당을 쓰는데 강하게 올라오는 단맛보다는 부드럽게 올라오는 맛을 구현하기 위해 재료를 찾다보니 아카시아 벌꿀이 그 맛이었습니다. 고소한 맛도 내야 하는데, 버터를 써봤으나 만족할 만한 맛이 나오지 않았어요. 28번째 배합을 했는데도 원하는 맛이 안 나오던 터에 29번째에 고메버터를 넣어봤습니다. 프랑스산으로 일반 버터와 달리 발효한 버터거든요. 29번째 샘플을 맛볼 때 다른 고소한 맛보다 풍부하게 올라오는 맛이 났습니다. ‘이거다!’ 했습니다. 불과 지난 5월입니다.”

샘플 제품을 만들어 지난 6월 해태제과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통상 100~200명을 불러 70% 이상의 만족도가 나오면 괜찮은 반응으로 보는데, 허니버터칩은 1000명을 불렀다고 한다. 시중에 나와있는 경쟁사 감자칩들과 허니버터칩 중 맛있는 것을 고르게 했는데 93%가 허니버터칩을 선택했다고 정 소장은 설명했다. 출시 뒤 시장 반응도 비슷했다. 9월 편의점 GS25와 CU의 감자칩 매출 순위에서 허니버터칩이 2위에 오르더니 10월 1위가 됐다. 그 전까지 감자칩 매출 순위에서 10위 안에도 못 들었던 해태제과였다.

“마케팅을 따로 할 틈도 없었습니다. 통상 소비자가 한 번 과자를 사먹은 뒤에 재구매를 하는 회전 속도를 3개월로 보는데 출시 한달도 안 돼 SNS를 통해 열풍이 부는 걸 봤습니다. 원주의 문막 공장을 처음에는 1교대로 운영하다가 2교대로, 지금은 24시간 풀가동인 3교대로 바꿨습니다.”

밀려드는 주문에 품절사태까지 빚은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개발자 정명교 연구소장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동 사무실에서 허니버터칩을 손으로 들어 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밀려드는 주문에 품절사태까지 빚은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개발자 정명교 연구소장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동 사무실에서 허니버터칩을 손으로 들어 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때 ‘공장에서 불이 나 생산이 중단됐다’는 소문도 돌았으나 해태제과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경쟁사에서 비슷한 제품인 ‘미투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정 소장은 “허니버터칩 브랜드가 시장에서 이미 빠르게 자리잡아 선점 효과가 확실하다고 본다. 미투 제품들의 출시가 예상되지만 그동안 보면 미투 제품이 성공한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1991년 해태제과 ‘껌 개발팀’으로 입사한 정 소장은 국내 처음으로 국제치아보호협회(TSI) 마크 인증을 받은 껌 ‘덴티큐’를 1994년 출시하는 등 해태제과에서 많은 새 제품을 만들어왔다. 그의 다음 목표는 ‘나트륨 낮춘 과자’를 늘리는 것이다.

“현재 과자의 나트륨을 낮추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건강과 관련된 제품을 많이 개발해야 할 것입니다. 허니버터칩의 경우 ‘감자칩이 달콤할 수 있을까’하는, 사람들이 기대하지 않던 맛으로 시장을 개발했던 것처럼 건강지향적인 제품을 통해 고객들이 모르고 있던 맛의 니즈를 새롭게 제공하면 시장을 이끌고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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