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튜닝샵·바(bar)·드론시연장 한데 모은 매장 인기
아이 손 잡은 남성 소비자들 북적대
가전제품만 팔았을 때보다 매출 3배 넘게 증가
아이 손 잡은 남성 소비자들 북적대
가전제품만 팔았을 때보다 매출 3배 넘게 증가
백화점·마트 등에 가면 이른바 ‘남성 주차장’(Men’s Parking)이 있다. 여성에 견줘 상대적으로 쇼핑 시간이 짧은 남성 소비자가 쉴 수 있는 공간을 일컫는다. 미국의 소비심리분석가 파코 언더힐이 <몰링의 유혹>에서 언급한 개념이다. 쇼핑 공간 내 쇼파 등이 놓인 쉼터에 머물렀던 ‘남성 주차장’이 다양한 취향과 취미의 발견을 이끄는 놀이터로 발전하고 있다. 모바일 쇼핑이 늘고, 오프라인 쇼핑이 줄어드는 추세 속에 유통업체들이 독특한 경험을 줄 수 있는 매장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남성 소비자들과 손잡고 온 어린이 몇몇이 모여들어 테이블 축구를 즐긴다. 아이들은 게임에 열을 올리고 그 사이 남성 소비자들 몇몇은 바로 옆 오디오튜닝숍을 기웃거렸다.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이마트 영등포점 내 ‘일렉트로마트’의 풍경이다.
일렉트로마트는 가전제품 판매 공간에 다양한 취미용품과 남성 소비자를 겨냥한 서비스를 한데 모은 이마트의 특화 매장이다. 남성 전용 미용실, 남성 의류 및 화장품 편집숍 등이 매장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피규어(애니메이션 캐릭터 모형) 판매 공간은 갤러리를 방불케 한다. 값이 비싸 쉽게 살 수는 없지만 대형 피규어를 보기만 해도 좋아하는 피규어 마니아들의 눈이 반짝인다. 드론과 미니카는 실제로 조종해 볼 수 있는 체험 공간까지 마련했다.
이곳을 자녀와 함께 둘러보던 장세훈(37)씨는 “이런 매장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 아내는 따로 물건을 사는 중이다. 마트에 아이들과 함께 이렇게 둘러볼 수 있는 공간까지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키덜트존’과 ‘모토 맥스’라는 특화 매장을 열어 운영하고 있다. 무선 조종 자동차와 같은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과 차를 꾸미기 좋아하는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같은 시도는 실제 구매 증가와 모바일 쇼핑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층의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 영등포점 내 일렉트로마트 매출은 가전제품만 모아팔던 때보다 3배 이상 많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가전제품 매장에서 주로 중저가 제품이 팔렸는데, 일렉트로마트에서는 고급 제품군의 판매도 많이 증가한 영향도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또, 일렉트로마트의 20~30대 소비자 비중은 48%로, 32%인 일반 이마트에 견줘 크게 많았다. 소비자 유입 효과가 눈에 띄자, 체류 시간을 늘리고 구매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남성 주차장’ 특화 매장은 그 구색이 더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문 연 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에는 스포츠를 직접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몬스터’ 등이 문을 열었다.
‘남성 주차장’의 기능을 하지만, 다양한 취향과 취미를 가진 여성 소비자들도 특화 매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기타 가방이나 여행 가방을 오디오로 만들어주는 오디오튜닝숍에는 여성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스스로 장난감 마니아이기도 한 일렉트로마트 영등포점 서종수 팀장은 “피규어나 드론, 오디오튜닝 매장 등은 남성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지만 취미 생활과 취향 개발에 적극적인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이마트 일산킨텍스점 내 일렉트로마트의 모습. 남성 소비자들이 애니메이션 캐릭터 모형인 피규어 판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마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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