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5시께 이마트 마포공덕점. 야채 코너에서 한 여성이 무를 들었다 놓았다 하고 있었다. 장을 보러 온 김희선(55)씨는 “생선 매운탕에 넣을 무를 사려는데 값이 너무 비싸 살지 말지 망설이고 있다”고 했다. 해당 마트의 무는 1개에 2980원으로, 평년(직전 5년 평균) 가격인 1116원의 무려 2.7배(167%) 수준이었다.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계란 값이 급등하는 가운데 무와 배추 등 야채와 축산·수산물까지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설을 앞두고 ‘물가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통계(KAMIS)에서 지난 6일 기준 가격과 평년 가격을 비교해 보면,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넘는 농축산물이 수두룩하다. 무의 평균 소매가격은 1개에 3096원으로 평년(1303원)의 2.4배(상승률 137.6%)까지 급등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1개가 4000원에 팔리고 있다. 양배추도 1포기에 5578원으로 평년(2630원)의 2.1배(112.1% 상승), 1년 전(2407원)의 2.3배(131.7%)다. 당근 1㎏(6026원)은 평년(2692원)의 2.2배(123.8%)다. 배추도 한 포기에 4354원으로 1년 전(2220원)과 평년(2893원)보다 각각 96.1%, 50.5% 치솟았다. 깐마늘과 대파 등 주요 양념류도 30% 이상 올랐고, 최근에는 콩나물 가격도 17%나 뛰었다. 무, 당근, 콩 등은 지난해 10월 제주도를 덮친 태풍 차바에 생산량이 줄었다.
조류인플루엔자 사태로 품귀 상태인 달걀 값이 급등한 것을 비롯해 한우와 수입 쇠고기 등 축산물 가격도 심상치 않다. 달걀(특란)은 한 판(30알) 평균 소매가가 8960원으로 평년(5539원)보다 61.7%나 높다. 한우 갈비와 등심이 평년보다 각각 19.9%, 22.9% 올랐고, 수입 쇠고기도 6~13% 오른 값에 팔리고 있다. 국산 냉장 돼지고기 삼겹살(100g)도 평년보다 7.5% 비싸다.
수산물 가격도 만만찮다. 갈치는 1마리 9759원, 마른오징어는 10마리 2만8534원으로 평년보다 각각 21.2%, 20.1% 인상됐다. 평년 2597원이던 물오징어 1마리 가격도 14.5% 오른 2974원에 판매되고 있다.
최근에는 식용유와 두부 등 가공식품 가격까지 들썩이고 있어, 연초부터 전반적인 밥상 물가 상승으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윤영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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