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현희 한국소비자원 식품미생물팀장이 국내에 판매되는 어린이 음료 14개 제품에 대한 시험 및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주부 신미선(40)씨는 어린이용 홍삼 음료를 자주 구매한다. 시원한 음료수를 찾는 아이에게 당분이 많은 콜라 같은 탄산음료를 사주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서다. “아무래도 홍삼이 들어 있으니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신씨처럼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 탄산음료 대신 홍삼이나 과일이 들어 있는 어린이용 음료를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어린이 음료엔 콜라보다 많은 당류가 들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일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서 판매 중인 14개 홍삼·과일 어린이 음료를 시험 평가한 결과 일부 제품에 콜라보다 많은 당류가 함유된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조사 대상 14개 제품의 당류 함량은 최소 5g에서 24g이었다. 제품별로 4.8배의 차이를 보였다. 100㎖에 포함된 당류 함량은 4.3~13.1g으로 3.2배 차이였다.
제품별로는 이마트가 판매 중인 ‘우리땅 발효홍삼앤(&)사과’ 제품이 24g의 당류를 포함해 가장 높았다. 가장 적은 제품은 대상의 ‘홍초 먹은 기운센 어린이’ 제품으로, 5g이 포함돼 있었다. 100㎖당 당류 함량이 가장 높은 것은 코카콜라음료의 ‘미닛메이드 쿠우젤리 포도’였다. 13.1g이 들어 있었고, 경산복숭아영농조합법인의 ‘포도에 퐁당’도 11g이 들어 있었다. 두 제품 모두 탄산음료인 콜라(100㎖당 10.8g)보다 당류 함량이 높았다.
어린이용 음료에 당류가 많은 것은 전세계적인 문제로, 한국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열량의 10% 이내로 권고하고 있다. 6~8살 여자아이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하루 섭취 권고치는 37.5g인데, ‘우리땅 발효홍삼앤사과’ 1개가 권고 섭취량의 64%에 해당한다.
당분뿐만 아니라 음료의 산성도 문제다. 소비자원이 음료의 산성도를 분석했더니, 14개 제품의 평균 산성도(pH)가 3.5로 약산성으로 분류됐다. 이 가운데 함소아제약의 ‘마시는 오비타’는 산성도가 2.8로 나와 강산성으로 분류됐는데, 이는 콜라(산성도 2.6)와 비슷한 수치다.
한국소비자원은 “입안에 산성도 5.5 이하의 상태가 유지되면 치아 손상 가능성이 증가하고, 음료의 당분은 충치를 유방할 수 있다”며 “어린이용 음료는 가능하면 적은 용량을 선택하고, 음료를 먹은 뒤 물로 입을 헹구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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