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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맨날 같은 사료? ‘홍삼밥 주세요’ 멍!

등록 2018-06-03 16:26수정 2018-06-03 17:31

Weconomy | 판 커지는 ‘펫 푸드 시장’

아직은 1조원대 시장…외국계 80%
업계, 성장 가능성에 주목
CJ·LG·동원F&B·풀무원 등 앞다퉈 진출
이마트·롯데마트도 ‘펫 숍’ 운영

이젠 ‘사람이 먹어도 될 정도’ 넘어
홍삼 넣은 ‘건강식’도 등장
대형기업 진출로 사료 점점 ‘고급화’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펫팸족’(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 직장인 서미경(35)씨는 최근 개 사료를 사기 위해 대형 마트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국내산 사료 종류가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주로 온라인쇼핑몰에서 수입 사료를 샀는데, 국내산도 이렇게 다양한 줄 몰랐다”고 그는 말했다. 실제 대형 마트에 가보면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국내산 사료들이 진열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입산이 대부분이었던 반려동물 사료 시장에 국내 기업들이 줄줄이 손을 뻗고 있는 상황이다. 이른바 유통가에서 ‘개밥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대형 식품업체들 앞다퉈 진출

아이스크림 투게더로 유명해진 유제품 전문 식품업체 빙그레는 지난달 23일 반려동물 브랜드 ‘에버그로’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펫푸드’(반려동물 식품)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빙그레는 우선 유제품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려견 전용 펫밀크를 내놨는데, 건국대 수의과학대학과 공동으로 개발한 반려동물 전용 유산균이 들어있는 게 특징이다. 사람에게 좋은 유산균 음료와 다를 게 없다.

대형 업체 가운데 빙그레는 후발 주자에 속한다. 이미 2~3년 전부터 펫푸드 시장은 대형 유통업체들의 각축장이 됐다. 네슬레 퓨리나, 한국 마즈, 오리젠, 지그니쳐 등 외국계 사료 전문 브랜드가 시장의 70~80% 이상을 선점한 상황에서 국내 업체 가운데는 씨제이(CJ)제일제당, 엘지(LG)생활건강, 동원에프앤비(F&B), 풀무원 등 대형 식품업체들이 진출해있다.

시장 규모가 엄청나게 큰 것일까? 아직은 아니다. 2017년 기준 펫푸드 시장은 8천억~1조원대 정도다. 수십개 업체가 차열하게 경쟁할 정도까지는 아닌 셈이다. 그런데도 왜 기업들은 앞다퉈 진출하는 것일까.

정답은 ‘성장 가능성’에 있다. 식품 기업들이 성장 정체기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반려동물 시장은 거의 유일하게 폭발적 성장이 예견되는 분야다. 빙그레 관계자는 “‘펫코노미’(펫+이코노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업계는 반려동물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키즈’ 산업 성장의 뒤를 반려동물 시장이 이어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원에프앤비 관계자는 “대부분 식품업체들이 주력상품이 있긴 하지만, 그 수요가 일정해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진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펫푸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동원에프앤비는 참치캔 다음의 주력 상품을 펫푸드로 설정한 상태로, 2020년까지 연매출 1천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통업체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선 이미 펫 전문 숍을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이마트가 가장 적극적이다. 이마트는 ‘몰리스 케어’라는 자체 펫푸드 브랜드까지 만들어서 판매 중이다.

반려동물 산업은 폭발적 성장을 이어가는 중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말 현재 전국 1952만 가구 중 29.4%인 574만 가구가 총 874만 마리의 반려동물(개 632만마리, 고양이 243만마리)과 함께 살고 있다. 반려동물 인구가 1천만명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현재 3조원대인 반려동물 시장이 2027년엔 6조원대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사료나 간식 등 펫푸드 쪽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케이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7 반려동물 양육 실태 조사’를 보면, 반려동물과 관련해 가장 돈을 많이 쓰는 항목이 ‘사료·간식비’(85.8%)였다. 기업들은 이런 ‘돈의 흐름’을 노린 것이다. 네슬레 퓨리나 관계자는 “사료의 경우 성장 가능성이 크다 보니, 많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 이마트 제공.
사진 이마트 제공.
고급화! 고급화! 고급화!

대기업들이 진출하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료의 고급화다. 과거 노란 종이포대에 들어있던 사료는 시장에서 찾아보기가 어렵다. 고급화 전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회사는 닭고기 전문업체 하림이다. 하림은 지난해 4월 반려동물 사료 전문 제조업체인 하림펫푸드를 설립하고, 400억원을 들여 충남 공주에 펫푸드 전용 공장까지 지었다.

하림펫푸드는 ‘휴먼그레이드’ 품질의 사료 ‘더 리얼’을 이 공장에서 생산한다. 휴먼그레이드는 원료와 제조·유통 등 전 과정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품 수준으로 관리되는 사료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사람이 먹어도 될 정도의 사료란 얘기다. 이미 반려동물 산업이 발달한 서구에선 이 휴먼그레이드 사료가 많이 생산돼왔지만, 그동안 국내에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왔다.

사람도 먹기 쉽지 않은 홍삼을 넣은 사료도 있다. 케이지시(KGC)인삼공사는 정관장 6년근 홍삼 성분이 함유된 반려동물 프리미엄 건강식 ‘지니펫’을 2015년부터 판매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4월 내놓은 ‘더 홀리스틱 홍삼 앤 호주산 양고기’는 호주산 양고기에 6년근 홍삼 넣은 간식이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펫팸족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환경호르몬, 합성 방부제, 살충제, 항생제가 들어있지 않고 유전자 조작식물(GMO)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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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제이(CJ)제일제당의 반려동물 사료는 연령대별로 나눠진 게 특징이다.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연령대가 필요로 하는 영양분이 있는데, 이에 맞춰진 특화 사료인 것이다. ‘오네이처’와 ‘오프레시’라는 브랜드로 유통되는 이들 제품은 지난해에만 200억원어치가 팔렸다. 씨제이제일제당 관계자는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갈수록 세분화·고급화되는 추세라 연령대에 맞는 특화 사료가 인기를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분별 참여 우려도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인 기업이 돈이 되는 곳에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수많은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현재 상황은 비정상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동물사료는 사람이 먹는 식품과 다른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라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리브동물병원 박정윤 원장은 “동물사료는 사람이 먹는 식품 재료와 섞이지 않도록 단독 생산라인을 갖는 공장에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식품기업에서 단독 사료 공장을 가진 업체가 몇 곳이나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상당수는 주문자위탁생산방식(OEM)으로 생산하고 있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아직 시장 자체가 크지 않아 단독 공장을 세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 과열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쟁이 심해지다 보면 사료 자체의 품질관리보다는 광고 같은 부대 비용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 품질이라는 본질적 투자가 외면당할 수 있는 것이다. 오래오래 동물영양학클리닉 양바롬 원장은 “동물 사료 연구가 미국 등 서구보다 한참 뒤떨어진 한국에서 사료 자체의 연구보다 시장 진출이 우선인 상황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고 지적했다.

실적이 좋지 않은 것도 고민이다. 하림펫푸드의 경우 지난해 56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매출이 2억3천만원에 불과했다. 가능성만 보고 기업들이 과민하게 뛰어드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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