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이 세계 최초 백화점인 프랑스 파리의 봉마르셰 백화점에 입점한다. 그동안 개별 패션 브랜드가 입점한 사례는 있었으나, 국내 대형 백화점이 입점을 한 것은 최초의 일이다. 정유경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지휘하는 신세계가 패션 쪽 사업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이 운영하는 편집숍 ‘분더샵’의 자체 브랜드 ‘분더샵 콜렉션’이 오는 9월 프랑스 파리의 봉마르셰 백화점에 입점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미 분더샵은 지난 9월 뉴욕의 고급 백화점인 ‘바니스’에 입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1년 뒤 프랑스까지 진출하게 된 셈이다.
봉마르셰는 1852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백화점으로 알려져 있다. 쇼핑의 탄생을 말할 때 항상 제일 먼저 거론되는 곳이다. ‘눈 뜨고 코 베이는’ 것이 당연시됐던 시장 거래에서 정찰제 정책을 펴고, 소비자에게 물건을 교환해주는 시스템은 당시로선 획기적이었다.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는 곳이다. 신세계 정화경 상무는 “봉마르셰는 1년 내내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명소로, 글로벌 패션 시장의 쇼케이스 역할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곳”이라며 “분더샵을 세계적인 편집숍이자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세계백화점은 이날 새로운 여성 브랜드 ‘에스(S)’를 출시했다. 30대 초반에서 50대까지 중산층 이상 여성을 타겟으로 삼았다. 백화점은 “올해 강남점과 광주점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본점, 센텀시티점, 대구점 등 12개로 매장을 늘려 3년 안에 12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신세계의 공격적인 패션시장 공략은 ‘이마트는 정용진, 백화점은 정유경’이라는 신세계 남매 공동 경영의 차별성을 더욱 뚜렷하게 할 전망이다.
대기업이 국내에서 중고가 이상의 패션 브랜드를 새로 내놓는 것은 최근 전반적인 패션 불황 상황에서 드문 일이다. 재벌 기업들이 사실상 패션시장에서 손을 털고 있는 상황에서 ‘무주공산’이 된 패션시장을 공략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읽힌다.
자회사인 패션·뷰티 업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고공행진 영향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5년 매출 1조원을 넘긴 뒤, 올해 매출 1조2천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99억원에서 633억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비디비치라는 화장품 브랜드가 중국에서 ‘대박’이 난 상황에다, 국내 의류 쪽 실적이 좋아진 탓이다. 특히 잊혀진 브랜드였던 ‘톰보이’ 같은 브랜드를 인수해 새로 개편한 뒤 출시하는 ‘브랜드 업사이클링’ 전략이 시장에서 잘 먹히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급성장 중인 신세계 면세점도 결국 패션·뷰티 쪽 사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은 스타필드 같은 신 유통 사업에, 정유경 총괄사장은 패션·뷰티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며 “서로의 영역을 건드리지 않고 각자 발전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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