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이용이 늘고 있지만, 전국 전기충전소 안전관리 수준은 ‘낙제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예방을 위한 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거나 충전기가 작동하지 않아 불편함을 초래하는 시설이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8~9월 전국 전기자동차 충전소 32곳을 대상으로 안전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급속 충전기가 접지저항 성능 기준(10Ω 이하)을 초과하는 충전소가 7곳(21.9%)이나 됐다. 접지저항은 감전 예방을 위해 완속 충전기(400V 미만·제3종 접지공사)는 100Ω, 급속 충전기(400V 이상·특별 제3종 접지공사)는 10Ω 이하를 유지하도록 규정돼 있다.
감전 위험이 있어 항상 잠가져 있어야 하는 분전반 외함이 열린 채 방치된 충전소도 13곳(40.6%)에 이르렀다. 이 중 두 군데는 본체가 아예 개방된 상태였다. 절반이 넘는 19개 충전소에는 ‘전기위험' 등 감전 관련 주의를 당부하는 표시도 없었다.
충전 중 사고 방지를 위한 시설이 미흡한 경우도 있었다. 충전소 3곳(9.4%)에서는 충전 중 차량 이동을 방지하는 볼라드(차량 진입 억제용 말뚝)와 스토퍼(차량 멈춤 턱)가 훼손돼 있었다. 충전기, 분전함, 캐노피 등이 녹슬어 있거나(4곳·12.5%) 캐노피 유리 등이 파손된 채 방치된(2곳·6.3%) 곳도 있었다. 안전검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확인증'은 13곳(40.6%)에서 누락된 상태였다.
충전소인데 정작 충전이 되지 않아 불편을 초래하는 충전소도 4군데나 됐다. 이들 충전소는 운영이 정지되거나 충전기가 가동되지 않는 상태였다. 감전사고 예방을 위한 절연장갑을 비치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고, 야외 충전소 26개 가운데 5개에는 캐노피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설치된 곳도 평균 길이가 51㎝밖에 안돼, 우천 시 방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소비자원 평가다.
소비자원은 관계 부처에 전기차 충전소 안전관리와 감독을 강화하고 사고 예방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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