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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식품사-유통사, 상대방 ‘안방’ 어디까지 넘볼까

등록 2019-01-20 07:57수정 2019-01-20 20:15

식품업계, 직업 유통 사활
온라인 대세에 떠나는 고객 잡고
유통에서 독식한 ‘빅테이터’ 확보 기대
경쟁사에 몰 개방·AI 도입 실험까지
유통업체에 넘어간 주도권 탈환 노려

유통업계, 제조 관여 PB상품 주력화
생산과정 통제해 저가·품질 유지
소비자 충성도 향상 효과 노려
PB상품 비중 늘어날수록 커지는
제조업체 대상 ‘갑질’ 여지 해결해야
그래픽_고영숙
그래픽_고영숙

식품회사 동원에프앤비(F&B)가 운영하는 ‘동원몰’은 만물상으로 통한다. 참치·김·햄 등 대표 제품과 씨제이(CJ)제일제당 스팸, 동서의 맥심, 오뚜기·농심 라면 등 경쟁업체 제품은 물론 주방용품·공기청정기·노트북 등 브랜드와 종목을 아우르는 제품이 1만여개 입점해 있다. 동원몰은 또 ‘코스트코’와 ‘메가마트’라는 별도 페이지를 마련해 5700여개 제품을 판다. 2007년 문을 연 이래 거래액이 연평균 55%씩 늘어난 끝에 지난해엔 340억원에 이르렀다.

식품회사들이 온라인 직영몰에 힘을 주고 있다. 대상의 ‘정원이(e)샵’, 씨제이제일제당의 ‘온마트’, 케이지시(KGC)인삼공사의 ‘정몰’ 등도 직영몰의 일종이다. 온마트는 씨제이 제품만 판매하고, 정원이샵은 축산물·생수 등 일부 품목에 한해 다른 업체에도 문을 열어뒀다. 정몰은 2017년 5월 새로 단장한 뒤 격투기 선수 김동현씨를 앞세운 ‘비(B)급 광고’를 통해 노회한 이미지를 벗는 등 재미를 봤다. 서울우유협동조합(‘나100샵’) 등 후발 주자도 속속 가세하고 있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유통 과정 주도권 회복 노려

식품회사들은 전자상거래 시장이 열린 2000년대 초중반부터 직영몰을 운영해왔지만,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였다. 여러 업체 제품을 유치하며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전자상거래업체의 경쟁력을 따라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제대로 운영하려면 쇼핑몰 구성부터 입점 제품 관리, 온라인 특화 마케팅 등 손이 많이 가는 것도 부담스러운 작업으로 받아들여졌다.

업계 선두주자를 필두로 식품회사들이 최근 직영몰에 사활을 거는 것은 일단 유통업체로 넘어간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셈법이 작용한 결과다. 직영몰에서 판매하면 마트·편의점·전자상거래업체 등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포함한 유통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유통업체 행사 과정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제품을 헐값에 내놓는 상황도 면할 수 있다.

업체들은 직영몰이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발판도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대부분 직영몰은 자사 제품을 전면에 내세운다. 일단 회원을 유치하기만 하면, 소비자가 가격을 비교하다 다른 업체로 ‘갈아탈’ 위험이 일부 줄어든다. 주문금액에 연동되는 회원 등급에 따라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쇼핑지원금을 덧붙이는 등 영업이익을 단기간 낮추면서까지 회원 유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기저에는 방대한 ‘빅데이터 확보’라는 부가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가입 회원의 나이와 성별, 구매 방식 등을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는 것은 물론 행사나 제품 개선, 신제품 출시의 기초 자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회원수가 많아질수록 유의미한 자료가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까지는 빅데이터를 독식한 유통업체 요구에 맞춰 수동적으로 발주하거나 컨설팅 업체에 비용을 주고 의존하는 식이었는데, 제조업체가 원자료를 확보하면 사업 활용도가 훨씬 커진다”며 “가격을 얼마로 설정해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등 세밀한 전략을 짤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 전체 규모(2017년 79조원)에 비하면 규모는 수십~수백억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외부에서 덜 팔리는 제품을 직영몰에서 풀면 회전율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직영몰을 키우는 이유로 꼽힌다.

경쟁제품 들이며 소비자 유인

일부 직영몰은 경쟁회사 제품을 입점시키면서까지 고객을 유인한다. 사실상 ‘오픈마켓’ 식으로 운영되는 동원몰의 경우, 지난해 매출 가운데 타사 상품 비중이 62%에 이르렀다. 타사 화장품, 신선식품, 과일까지 판매하는 정몰도 매출의 13%를 내줬다. 케이지시인삼공사 관계자는 “건강한 먹거리와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의미가 있다”며 “20·30대 회원이 66%를 차지하는 등 젊은 고객 비중이 늘어나는 점도 긍정적 신호”라고 했다. 동원 관계자도 “타사 제품을 사면서 동원 제품을 함께 구매하는 등 동원 인지도가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직영몰 회원수나 매출은 느는 추세다. 정원이샵의 경우 회원수가 2015년 1만명에서 지난해 14만8000명으로 늘었고, 정몰도 지난해 14만명을 추가 유치했다. 회원 86만명을 보유한 동원몰은 하루 방문자수가 4만명 정도다. 스팸, 햇반, 비비고 만두 등 자체 주력 제품이 많은 씨제이제일제당의 온마트는 지난해 매출이 2017년보다 40% 늘어 400억원에 이르렀다. 온라인 매출 대비 직영몰 매출 비중도 정원이샵 15%, 정몰·온마트 26%로 작지 않다.

다만 가입 혜택을 누리기 위해 일회성으로 이용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직영몰이 고객을 붙잡아두는 효과를 거뒀는지는 아직 물음표다. 지난해 전체 회원 가운데 한 차례라도 구매한 비중은 정원이샵 40%, 정몰 30% 정도다. 동원몰은 70%에 이르지만 10년 넘게 운영된데다가 타사 제품 주문 비중도 배제할 수 없다.

직영몰 방문율, 재구매율을 높이기 위해 업체들은 각종 ‘실험’을 하고 있다. 동원몰은 식품 전문 인공지능 챗봇인 ‘푸디’를 도입한 데 이어 자동화 설비가 포함된 전용 물류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정몰은 가맹점 위주로 구매가 일어나던 소비 특성에 맞춰 직영몰 주문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수령하도록 하는 식으로 온·오프라인을 연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앞세워 일종의 식품유통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들은 업계 선두주자이기 때문에 타사 제품을 함께 판매해도 시장 점유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있는 업체들은 직영몰에 집중하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유통업체, PB 가격↓ 제품종류↑로 승부

제조업체가 유통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반면, 유통업체도 제조 영역을 꾸준히 넘봐왔다. 자체제작(PB) 상품을 통해 제조·유통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를 노린다. 이마트는 식품 브랜드 ‘피코크’(2013년), 중저가 종합브랜드 ‘노브랜드’(2015년) 등을 안착시켰다. 편의점 업계도 지에스(GS)25의 ‘유어스’, 씨유의 ‘헤이루’, 세븐일레븐의 ‘세븐셀렉트’ 등을 강화하고 있다. 2017년 전자상거래업체에서도 ‘236:)’(티몬), ‘탐사’(쿠팡) 등이 잇달아 나왔다.

통상 피비는 유통업체가 상품 주문부터 유통, 마케팅 등 모든 과정을 통제하기 때문에 비용이 줄어든다. 온라인 이전 현상이 심화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잘 찾지 않는 고객을 묶어둘 수 있다는 점도 피비 확대에 주력하는 이유다. 요즘은 반려동물제품, 간편식 등 분류도 세밀해지는 추세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피비라고 해도 가격경쟁력이나 품질이 떨어지면 가맹점주의 입점 유인이 떨어진다”며 “소비 경향에 맞게 제품군을 넓혀야 차별화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피비 상품 제작을 주로 맡는 중소 제조업체와의 관계에서 유통업체의 ‘갑질’ 여지가 커진 점은 또다른 과제다. 지난해말 공정거래위원회 발표를 보면 대형마트·대형슈퍼(SSM)·편의점 등 대형업체 12곳의 피비 상품 부당 반품률은 25%로 일반 제조 하도급 분야의 6배에 달했다. 위탁 취소율도 16.7%로 1.7배 높았다. 한국개발연구원 이진국 연구위원은 2017년 보고서에서 “(피비 시장 확대로) 제조이익률은 낮게, 유통마진율은 높게 책정되는 등 유통업체 이익은 증가했지만 하청 제조업체의 이익은 변함이 없거나 감소했다”며 “균형발전을 위한 공정거래질서 확립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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