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본점의 한 명품매장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9일, 백화점 입구에 임시 휴점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대형마트보다 백화점에 더 큰 타격을 입힌 것으로 나타났다. 생필품 위주인 대형마트는 코로나 국면에서 비교적 선방했지만, 사치품 중심의 백화점은 1분기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주요 유통업체가 발표한 1분기 잠정실적을 종합하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적게는 58%, 많게는 82%까지 감소했다. 14일 롯데쇼핑은 백화점 사업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5% 감소한 6063억원, 영업이익은 82.1%나 감소한 1588억원에 그쳤다고 공시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현대백화점은 백화점부문의 1분기 매출(3926억원)과 영업이익(342억원) 감소폭이 각각 –17.7%, -65.3%라고 공시했으며, 신세계백화점(별도기준)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각각 11.7%, 57.7% 줄어든 3311억원과 226억원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롯데마트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0.6%, 12.5% 증가했고, 이마트는 영업이익이 20% 감소했지만 백화점에 비하면 하락 폭이 크지 않았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백화점 방문 고객이 줄고 패션 쪽 매출이 급격히 감소한 영향이 컸다고 입을 모은다. 감염병 국면 전까지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가운데 백화점보다 대형마트의 하락세가 더 빨랐는데, 코로나 국면에선 높은 마진이 있는 사치품 위주의 백화점이 힘을 쓰지 못했다. 롯데백화점의 카테고리별 매출 하락 폭이 가장 컸던 것은 여성 패션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4% 감소했다. 남성스포츠(-26.9%), 잡화(-25.9%), 식품(-20.3%) 등도 20% 이상의 매출 하락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도 여성(-29%), 잡화(-27%), 아동(-22%)의 하락 폭이 컸다.
증권가에선 2분기엔 백화점 실적이 나아질 거라 보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백화점 매출은 3월 넷째 주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4월 첫째 주 매출은 전년 대비 –15% 수준까지 완화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도 “소비 욕구가 분출하면서 일부 업태에서는 보복적 소비가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백화점 기존점 매출은 3월을 저점으로 반등 추세”라고 분석했다.
다만 국외에서는 코로나로 백화점 산업 전반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일본 경제일간지 <니혼게이자이>는 지난 12일 “서비스를 중시하는 백화점 특성상 다른 소매업에 비해 많은 인원이 필요하고, 인구 고령화로 내점 고객은 줄어들고 있다. 백화점 비즈니스 모델은 코로나로 뿌리째 흔들렸다”고 진단했다. 일본 백화점 기존점 전체의 3월 매출은 33.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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