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자 재정 정책과 엇박자 논란이 일고 있다. 한쪽은 돈을 거두는데, 한쪽은 재난지원금 등으로 돈을 푼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화와 재정의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는 답이 정해져 있다기 보다는 정책 수준과 경기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통화와 재정의 엇박자 여부에는 정책 수준이 중요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통화와 재정 정책은 완화적으로 운영돼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최근 한은의 금리 인상 발언은 나홀로 긴축으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현 금리는 0.5%로 역대 최저인 탓에 두 번 인상을 해도 1%대라 긴축으로 보기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한은은 아직 금리 수준이 중립금리(완화 또는 긴축적이지 않는 금리) 한참 밑에 있다고 보고 있다. 금리를 조금 올려도 완화적 기조가 유지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재정 또한 인플레이션 논쟁이 있는 미국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미국 국민의 90%에 1인당 1400달러(약 160만원)를 준 ‘구조계획법’의 지원액은 1조9천억달러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9% 규모인 반면, 올 하반기 지급 예정인 우리나라 5차 재난지원금은 최대 30조원 규모라 가정해도 명목 지디피의 약 2% 수준이다. 또 전 국민이 아닌 선별 지원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번에는 정부가 국채 발행을 많이 하지 않고, 초과세수를 활용한다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더 적을 수 있다. 통상적으로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중앙은행이 매입하면 유동성이 늘어난다. 아울러 국채 발행 물량이 증가하면 관련 금리가 상승해 통화 정책에도 영향을 준다. 결국 이번 금리 인상과 재난지원금 지급이 상충돼 부작용을 일으킬 정도의 수준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경기 상황 측면에서도 두 정책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최근 경제는 자산 시장, 물가, 경기 회복 속도 등에서 과열 우려가 생기고 있다. 반대로 자영업자, 저소득층은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어 경제의 온도 차이가 큰 상황이다. 이럴 때는 여러 정책 수단이 활용돼 통화정책은 금리를 올려 전체 과열을 막고, 재정은 취약 계층에 투입돼 지원을 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한은이 금리를 올려도 아직 긴축이 아니며, 초과세수를 활용한 재난지원금도 완벽한 적자 재정이라고 볼 수 없다”며 “그래서 두 정책이 엇박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이 금리를 올려 과열을 식히고 재정은 여전히 추위를 느끼는 계층에 선별 지원한다면 두 정책은 상충이 아니라 보완 관계다”라고 강조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화와 재정 정책이 항상 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정부는 취약 계층에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은 적절한 폴리시믹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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