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의 83.3%가 원자재와 물류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절반은 판매 가격 조정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9일 ‘지역경제보고서’ 자료를 통해 “최근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항만 병목현상 등으로 운송이 지연되는 등 기업의 생산 활동 관련 리스크가 증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은은 15개 지역본부에서 실시한 전국 465개 업체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시기는 5월12일~6월2일이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가 주로 사용하는 원자재의 계약 가격은 작년 평균보다 상승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제조업체(83.3%)가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제조업체는 주로 원자재 외의 원가를 절감(53.8%)하거나 판매가격 조정으로 가격을 전가(49.2%)하면서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질문에는 복수 응답이 가능했다. 특히 가격 전가로 대응하는 제조업체 중 절반에 가까운 업체(48.2%)가 상품가격 전가율이 20%가 넘는다고 말했다. 한은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에 대한 상당한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업체가 해외거래시 주로 이용하는 운송수단은 해운(수입 87.3%, 수출 88.0%)으로 집계됐다. 수입업체 중 32.3%는 물류비가 작년 평균보다 20% 이상 올랐다고 밝혔다.
또 제조업체 중 33.3%가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조달이 어려운 품목은 전자부품(51.8%), 일반기계(31.3%), 금속가공(18.1%) 순이었다. 전자부품 중에서는 차량용 비메모리 반도체(39.2%)가 가장 조달이 어려웠다.
부품 조달이 어려운 업체 중 67.5%가 재고량이 2개월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전자부품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업체 중 절반 이상(52.4%)이 1개월분 미만의 재고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부품 조달이 어려운 업체의 47.6%가 부품 조달 정상화 시기를 내년 이후로 응답했다. 해당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체들은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해서라도 부품을 조달(54.8%)하고 있다. 제품라인 간 생산비중 조정(38.1%), 특근 감축 등 소극적 감산(25.0%)과 같은 대응도 있었다.
한은은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있어 중장기적으로 국산화를 지원(65.1%)하거나 수입처 다각화를 지원(31.3%)하는 등의 정부 대책이 유용한 방안이 될 것이라 제언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