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33조원 경기부양책이 안 그래도 높은 물가를 더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개인에게 직접 꽂아준 현금은 소비를 촉진해 생필품, 개인서비스 등 일부 물가를 더욱 끌어 올릴 수 있다. 다만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만큼의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상승율이 2.6%까지 오른 원인에는 농축산물과 유가 등 대내외 환경 영향과 함께 소비 개선에 따른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이 있다. 이번 부양책 중 현금성 지원은 약 15조~16조원이다. 이 돈이 풀리면 소비를 훨씬 부추겨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실제로 전 국민이 받았던 1차 재난지원금은 생활용품 구매, 외식 등에 쓰였다.
반면 정부는 이전지출의 재정 승수가 낮아 물가 자극이 덜하다는 입장이다. 재정 승수는 정부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을 얼마나 늘리는지 보여준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재정 승수 연구 결과를 정리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소비(인건비, 경상경비 등)와 투자(건설과 설비투자 등) 지출 승수는 평균 1이다. 반면 이전지출은 돈이 곧바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민간으로 옮겨가 승수가 0.25다. 또 재정 승수는 경기 상황, 통화 정책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정부 얘기는 지원금이 개인의 손을 한번 더 거친 후 소비되는 까닭에 지출 총량이 온전히 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물가를 자극할 변수는 있다. 정부는 사용 기한을 둬서 지원금을 전부 소비할 수 있도록 촉진할 예정이다. 또 상대적으로 한계소비성향이 강한 저소득층은 추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부양책은 물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만큼의 상승 압력인지는 불확실하다.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물가를 끌어 올릴 정도로 재정 규모가 큰 것은 아니다. 인플레이션 논란이 있었던 미국의 지출 규모는 2000조원으로 지디피의 약 10%가 넘었지만, 우리는 약 2%다. 또 이번에는 초과 세수를 활용해 유동성도 많이 늘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이전지출의 재정 승수가 낮지만, 기간 내 사용이라는 제한을 두고 저소득층의 소비 성향이 높으면 물가에 일부 자극을 줄 수는 있다”며 “그렇지만 인플레이션까지 불러올 만큼의 재정 규모와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 지출의 재정 승수가 낮다는 것은 물가에 주는 압력이 적은 반면 전체 경제 측면에서 그만큼 지출 효과가 떨어진다는 딜레마가 된다. 향후 지출 효율성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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