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신용카드 캐시백’을 받을 수 있는 사용처를 넓힐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캐시백은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예산 1조1천억원을 들여 소비 증가분의 10%를 되돌려주는 것이다. 정부 방안만으로도 고소득자들이 주로 혜택을 받아 ‘역진성’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민주당을 이를 더 확대하겠다는 셈이다. 민주당 주장이 수용될 경우, 정부가 예산을 들여 고소득자와 대기업을 지원한 꼴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5일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신용카드 캐시백과 관련해 “온라인쇼핑몰 이용이 30∼40대의 추세인데 대기업이 운영한다고 제외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시골집 세탁기 하나 바꿔주고 싶다’와 같은 욕구가 많다. 세탁기나 티브이(TV) 등의 구매를 제외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해 2분기 대비 3% 이상 늘어난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해 카드 포인트로 10%를 되돌려주겠다고 밝혔다. 다만, 백화점과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 아울렛, 명품 전문매장, 유흥업소 등에서 사용한 금액은 제외되고, 자동차 등 내구재 구매비용도 포함되지 않는다.
캐시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용처를 이렇게 제한하자 일각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사용 업종이나 구매 물품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박완주 의장은 “소비를 그렇게 할 수 있느냐 등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얘기가 나온다”며 “찬반 논란이 있어 보완을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용처가 늘어날 경우 애초 코로나19로 피해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나 여행업 등에 ‘온기’를 불어넣자는 취지와 배치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가계소비는 816조원으로 전년 861조원에 비해 45조원(-5.2%) 줄었다. 특히 숙박·음식업과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의 개인 카드 사용액은 지난해 총 104조6천억원으로 전년(118조5천억원)보다 13조9천억원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도 피해는 이어져 1∼5월 숙박·음식업종 카드 사용액은 43조2천억원으로 전년(47조4천억원)보다 4.1% 줄어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주장대로 온라인쇼핑몰이나 냉장고 등 구매도 캐시백 대상에 포함할 경우 골목상권이 아닌 온라인쇼핑몰이나 대기업 제품 구매에 쏠릴 가능성이 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애초 효과가 의심스러운 데다 혜택을 받는 과정도 너무 복잡한 캐시백 제도를 발표한 기재부의 책임이 크다”면서도 “민주당 주장대로 하면 그나마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취지마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재부는 10월까지 마련한 예산 1조1천억원이 소진되지 않을 경우 캐시백 기간을 연장할 방침이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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