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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돈 안 쓰는데, 또 대출” 지난해 역대 처음 일어난 일…경제에 ‘짐’ 될까

등록 2021-07-05 17:06수정 2021-07-06 02:49

민간소비와 가계대출 정(+)의 관계 끊겨
소비 줄어 여윳돈 있어도 대출금 얹어 자산 투자
금리 오르고 시장 호황 끝나면 무리한 투자 부담으로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여윳돈 있는데, 또 대출….”

지난 한 해 소비는 줄었는데, 부채는 늘었다. 보통 두 지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민간소비(감소)와 가계부채(증가)가 엇갈렸다. 통화금융 통계 기준으로 집계가 시작된 200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소비가 감소하면 여유 자금이 생길 수 있는데, 대출을 더 얹어 자산 투자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저금리, 자산 시장 과열 등 지난해 특수한 환경에서 발생한 이례적 현상은 승자와 패자의 자산 양극화 골을 더 깊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5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실질 가계부채 증가율(전년 대비)은 1~4분기 연속 증가했다. 1분기 3.6%, 2분기 5.4%, 3분기 6.4%, 4분기 8.0% 등이다. 반면 실질 민간소비 증가율은 같은 기간 꾸준히 감소했다. 1분기 -4.8%, 2분기 -4.2%, 3분기 -4.5%, 4분기 -6.6% 등이다.

통상적으로 가계부채와 민간소비는 정(+)의 관계를 가진다. 적정 수준의 부채는 소비를 늘린다. 또 반대로 소비를 안 하면 상대적으로 여유 자금이 생겨 대출을 덜 받게 된다. 그런데 지난해엔 사람들이 돈은 안 쓰면서, 빚은 늘렸다. 원인은 두 가지로 추측된다. 코로나19로 생활이 어려워진 취약 계층이 지출을 줄이고, 대출을 받아 생활 자금에 보탠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가 아닌 사람들은 소비를 못해 생긴 여윳돈에 대출을 얹어 각종 투자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의 ‘2020년 중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 운용 규모는 총 365조6천억원으로 2009년 통계 편제 이후 역대 최대치다. 가계가 예금·채권·보험·연금 준비금으로 굴린 돈(자금 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금(자금 조달)을 뺀 금액으로 ‘여유 자금’으로 볼 수 있는 순운용 규모는 192조1천억원이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 등으로 소득이 증가했으나 소비가 감소해 순운용 규모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 외 가계가 금융기관 대출금으로 조달한 자금 규모는 173조5천억원이다. 순운용, 자금 조달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가계는 자금 중 83조3천억원을 주식 매수에 썼는데, 이 역시 통계 편제 이후 최대치다. 자금은 부동산 투자에도 흘러들어갔다. 자금순환 통계에는 실물 자산이 집계되지 않지만, 지난해 ‘금융시장 동향’ 통계를 보면 주택담보대출 연간 증가액이 68조3천억원에 달했기 때문에 부채와 여윳돈을 합쳐 투자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이 많은 사람들이 돈이 있음에도 대출을 더 받아 투자에 나선 것은 환경이 특수해서다. 코로나19로 소비가 막힌 상황에서 부동산과 주식 등의 가격은 치솟았다. 금리가 낮아 빚을 통해 투자 규모를 키우는 것이 이득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문제는 이례적 자산 투자 열풍에 뛰어든 사람들의 결과가 제각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특수한 환경에서 기회를 잡은 투자자는 불어난 부채도 감당할 수 있는 자산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무리한 투자에 나섰을 경우 금리 인상과 함께 자산 시장 호황이 꺾이면 이미 받은 대출에 대한 부담이 서서히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누적된 부채가 전체 경제를 억누를 수 있다. 오히려 올해 이후에는 늘린 빚 때문에 소비를 줄이는 역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향후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소비 촉진 정책에 제약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자산 시장 호황으로 가계부채가 늘었지만, 금리가 올라가고 자산 가격이 정점에 달했다는 불확실성이 생기면 짊어진 빚들에 대한 부담이 생기기 시작하고, 이것이 소비 위축 등 경제를 억누르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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