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건보료) 지역가입자들의 악화된 소득 상황 간에 시차가 있다. 불가피하다. 어떤 기준을 써도 시차의 문제는 발생한다. 최근 소득감소 상황을 감안한 측면들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2020년 4월 2차 추경 브리핑 때 당시 안도걸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재난지원금 선별 기준은 소득을 기준으로 해야 하고, 건보료 기준을 가지고 하게 된다. 지역가입자는 2019년도 소득이 기준이 된다. 2020년 상황이 반영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 이의제기 절차를 거쳐 보정되도록 할 계획이다.” (2021년 6월 2차 추경 브리핑 때 안도걸 기재부 2차관)
정부가 올 2차 추경을 통해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0%에게 지급하기로 발표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2차 추경 당시 소득 하위 70%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혀 불거진 형평성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재난지원금이 검토될 때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보편 지원이 아닌 선별 지원이 정답”이라고 강조했지만, 형평성 논란에 대한 준비는 전혀 하지 않은 셈이다.
형평성 논란의 대표 사례는 소득 기준과 관련돼 있다. 소득 하위 80.0%는 재난지원금 1인당 25만원을 받지만 몇천원 차이로 80.1%는 받지 못해 오히려 소득 역전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또 2019년 소득이 반영되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가 올해 소득이 줄었음에도 제외될 수도 있다. 이밖에 고액자산가가 피부양자로서 자녀의 직장 보험에 가입한 경우 재난지원금을 받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런 논란에 지난해 4월 2차 추경을 발표하면서 양성일 당시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급격한 소득감소에 대해 입증자료를 제출하면 보험료를 재산정해 실질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에 반영할 수 있는 소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도 더 진전은 없다. 안도걸 기재부 2차관도 최근 브리핑에서 ‘이의제기 절차’를 통해 건보료를 재산정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결국 실제 소득은 줄었지만 건보료 기준에서 탈락한 당사자들은 자신의 소득 하락 자료를 제출해, 소득 상위 20%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기재부는 코로나19 피해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 기재부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2320만 가구 조사에 장기간이 소요된다”거나 “전국민 지급 뒤 소득 상위 20%에 대해 과세로 환급하는 방식은 완전 회수가 불가능” 등의 이유를 대고 있다. 이에 대해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1년 넘게 선별지급과 보편지급을 두고 펼쳐진 논란이 있었고, 선별지급을 택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음에도 기재부가 또다시 건보료를 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행정편의주의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구체적 지급 기준도 작년과 달리 추경안 발표 뒤 마련 중이다. 지난해에는 소득 하위 70% 기준을 제시하며 “1478만 가구가 해당”하고, “4인 가구 기준 건보료가 23만8천원(직장가입자), 25만5천원(지역가입자) 이하 가구”라고 발표했다. 반면 올해는 건보료만 기준이라고 제시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가 이달 말 구체 기준이 발표될 때까지 자신이 대상 여부인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기재부는 “최근 소득 정보를 반영하기 위해서”라지만, 지역가입자의 건보료는 소득은 2019년치를, 재산세는 2020년 6월을 기준으로 한다.
이런 상황에서 홍남기 부총리가 줄기차게 강조한 ‘선별 지원’의 취지도 허물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5일 기자들과 만나 “7일 의원총회를 열어 80%로 할지, 90%로 할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재난지원금 대상을 맞벌이 부부와 청년, 장애인 등까지 확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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