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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자연실업률 상승, 필립스곡선 복원” 주시하는 중앙은행들

등록 2021-07-11 16:57수정 2021-07-11 17:06

금융위기 이후 노동시장, 물가에 나타난 특이 현상
코로나19로 경제 다시 뒤집히면 바뀔지 각종 연구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로 경제 구조가 바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0여 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노동시장과 물가 움직임이 특이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코로나19 충격으로 경제가 또 뒤집히면 새로운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지난 4일 ‘해외경제 포커스’ 보고서에서 미국의 자연실업률이 상승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보고서는 “팬데믹에 따른 생산과 소비방식 변화, 기술 진보에 의한 생산성 향상, 이력효과 등으로 자연실업률 자체가 상승해 실질 유휴 인력이 공식적인 지표에 반영된 것보다 적을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밝혔다.

현실에서는 모두가 한 일자리에 소속돼 영원히 움직이지 않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에 구직자와 일자리가 균형을 이뤄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수준의 실업률이 자연실업률이다. 실제 실업률이 자연실업률 밑으로 내려오면 정상 수준보다 구직자가 부족해 임금 상승, 물가가 오르는 압력이 발생해 통화정책에 영향을 준다.

미국의 자연실업률은 꾸준히 하락해 2019년 기준 4%초반인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당시 실제 실업률이 연 3.7%까지 떨어졌음에도 물가가 오르지 않아 자연실업률이 그보다 더 낮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경제 흐름이 바뀌어 자연실업률 자체가 오른다면 통화정책 운용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은 5.9%인데, 자연실업률이 4% 초반보다 높아지면 두 수치가 만나 물가를 자극하는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미국의 자연실업률이 오를 수 있는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심해진 노동시장 불균형이 있다. 통상적으로 구인 대상 일자리와 실업자간 불일치가 높으면 구직 시장에 사람들이 과거보다 많이 머물게 되면서 자연실업률이 상승한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베버리지 곡선의 우측 이동은 노동시장 내 미스매치가 크게 증가한 것을 나타내며, 이것이 구조적 변화 등에 기인한다면 자연실업률 상승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실업률과 자연실업률 추이. 한국은행 제공
실업률과 자연실업률 추이. 한국은행 제공

자연실업률은 우리나라도 상승하는 추세다. 한은은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구진과 함께 ‘구직기간별 실업자 분포를 이용한 자연실업률 추정’ 보고서를 냈는데, 한국의 자연실업률이 2011년부터 꾸준히 올라 올해 1분기 3.9% 안팎이라고 밝혔다. 금융위기 이후 늘어난 장기 실업자와 여성,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 증가 등이 주된 원인으로 거론됐다. 우리나라도 연내 자연실업률과 실제 실업률이 비슷해져 물가 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물가 상승 압력은 얼마나 될까. 중앙은행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과거 경험을 분석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에서는 실업률이 오르면 물가가 떨어지고, 실업률이 떨어질 때는 물가가 오른다는 ‘필립스 곡선’의 원리가 예상과 달리 작동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이 같은 현상도 바꿀지 관심이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금융위기 이후 증가한 장기 실업자가 물가와 실업률의 상관 관계도 약하게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단기 실업자가 물가와 관련된 노동시장 유휴 수준을 잘 반영하는 반면 구조적 실업에 의한 장기 실업자는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중앙은행도 지난달 ‘직업 양극화와 필립스 곡선 평탄화’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실업률과 물가의 상관 관계가 약해진 원인으로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이후 줄어든 단순 반복 직무 근로자 비중을 꼽았다. 일자리를 전문 서비스·관리자 등 추상적 직무, 공장 근로자 등 단순 반복적 직무, 농림어업 등 육체노동 직무 세 가지로 분류했을 때 경기 변동에 민감하면서 임금 변화가 큰 단순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물가에 주는 영향이 약해졌다는 뜻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같은 큰 충격이 오면 경제 구조가 바뀔 수 있어 여러 연구가 나오는 것”이라며 “지금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 결과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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