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15일 정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 결정한다. 이달 초만 해도 자산시장 과열을 식히기 위한 금리 인상 분위기가 강했는데,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돌발 변수가 생겼다. 금융 안정과 실물 경제 안정이라는 한은의 두 가지 역할을 놓고 우선순위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달 초까지 금통위 위원들은 금융 안정을 우선하는 다수의 매파(긴축 선호)와 실물 경제를 먼저 보자는 소수의 비둘기파(완화 선호)로 의견이 갈렸다. 한국 경제의 현 상황은 △가계부채 폭증 및 자산시장 과열 △경기 회복 움직임 △2% 내외 물가 상승 등으로 요약된다. 비둘기파는 경기와 물가가 아직 금리를 올릴 만큼 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에 역대 최저금리(연 0.5%)를 더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자산시장 거품은 통화정책이 아닌 금융 당국 규제 등으로 해소하자고 말한다. 반면 매파는 금융 불균형 문제를 더는 놔둘 수 없다고 우려한다. 그리고 실물 경제는 금리를 조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금융 안정을 뒷받침할 수준까지는 회복됐다고 본다.
애초 시장은 매파가 다수인 까닭에 이번 달 금통위부터 소수의견이 나오며 금리 인상 준비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매파가 금융 안정을 우선으로 추진할 때 전제로 한 ‘뒷받침할 정도의 실물 경제 회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에 오는 15일 회의에선 금융 안정보다 실물 경제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비둘기파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금리 인상이 지연될 수 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금융 안정에 방점을 찍고 정책 정상화를 언급했지만, 예상보다 더 안좋은 상황이 발생했다”며 “긴 시계에서는 금융 안정을 중시하며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그 전환의 시기나 강도가 공격적이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은행이 금리 결정 때 금융과 실물 경제 중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하는지는 해묵은 과제다. 기준금리는 정책 수단이 하나이면서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주는데,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가 항상 같은 수준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곳에 초점을 맞춰 통화정책을 전환하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터질 수 있다.
과거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불확실한 자산시장에 대응하는 통화정책은 위험하다는 ‘그린스펀 독트린’을 강조했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중앙은행이 실물 경제만 신경쓰면 안된다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도 최근 주택시장 과열에 대응해 연준이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이것이 통화정책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제기됐다. 투자 은행인 웰스파고는 “연준이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을 조건으로 걸었는데, 엠비에스를 먼저 줄이면 주택시장도 정책 결정 변수로 인식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도 자산시장과 실물 경제 사이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