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법(반독점법)의 목적은 무엇이어야 할까. 오랫동안 전세계에서 통용되던 답은 ‘소비자 후생의 극대화’였다. 소비자들이 이득을 보는 방향으로 경쟁법을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경쟁업체가 배제되더라도 소비자 후생의 감소를 경쟁당국이 입증하지 못하면 제재할 수 없다는 뜻도 된다. 소비자 후생에 발목 잡혀 경쟁당국이 위축된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온 이유다.
최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발표는 그런 점에서 파격적이다. 연방거래위원회는 이달 초
보도자료를 내고 2015년 도입한 방침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방침의 핵심은 위원회의 법 집행 기준을 ‘소비자 후생의 증진’으로 삼는다는 것이었다. ‘소비자 후생 극대화’란 암묵적으로 통용돼 오던 경쟁법 집행 기준을 공식화한 셈이다. 실제 도입 당시 위원장은 “이는 공식적으로 연방거래위원회법 5조를 셔먼법·클레이튼법과 나란히 맞추는 결과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연방거래위원회법 5조의 성격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움을 낳았던 대목이다. 미국의 반독점법은 셔먼법과 클레이튼법, 연방거래위원회법 등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그 중에서 연방거래위원회법 5조는 다른 두 법으로 제재할 수 없는 행위 유형을 포괄하고 있다. 그럼에도 실제 법 집행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조항이 추상적인 데다 보수적인 법 집행 기준이 적용되면서 실무진이 위축됐다는 게 주된 평가다.
리나 칸 위원장의 이번 결단은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내부 직원들을 향한 독려 내지는 채찍질이기도 하다. 위원회는 보도자료에서 “셔먼법이나 클레이튼법의 범위 밖에 있는 불공정한 경쟁 방법에 대한 감시 권한에 위원회가 다시금 전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특히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빅테크 저격수’ 리나 칸 위원장이 취임 2주 만에 내놓은 메시지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온라인 플랫폼은 2개 이상의 참가자 집단을 중개하는 ‘다면시장’의 특성을 띤다. 아마존이나 쿠팡의 오픈마켓 사업처럼 일반 소비자와 판매업체 간의 거래를 중개하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의 주된 성장 전략 중 하나는 약탈적 가격 책정이다. 소비자에게는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아예 할인쿠폰을 주면서 마이너스 가격을 받고, 대신 판매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공짜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많이 묶어두면 판매업체들은 저절로 따라붙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즉각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경쟁당국이 제재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를 통해 아마존이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소비자로부터는 데이터 등을 착취하기 때문에 문제라는 게 리나 칸이 2017년 발표한
논문의 요지다.
다만 이번 발표가 실질적인 변화를 낳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칸 위원장의 새 방침과 상충하는 법원 판례 수십년치가 쌓여 있는 탓이다. 관심이 다시 의회로 쏠리는 이유다. 최근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연방거래위원회법 5조에 플랫폼 특유의 경쟁제한적 행위 유형을 추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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