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인앱결제 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좌초됐다. 앞서 상임위원회에서 여당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중복규제 논란이 일자 당 지도부 차원에서 법안을 보류시킨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안에 조율을 마치고 수정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29일 <한겨레> 취재 결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최근 상임위에서 통과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재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와 조율해 수정안을 만들라는 방침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전달했다고 한다. 중복규제 문제가 있는데도 부처 간 조율 없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자 이에 제동을 건 것이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20일 과방위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정책위는 법제사법위원회에 넘겨진 이 법안 처리를 보류하기로 했다.
민주당 정책위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정거래법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는데 과방위에서 그걸 정리를 하지 않은 채로 법안을 통과시켰더라”며 “공정위와 방통위가 논의해 수정안을 만드는 방향으로 정책위에서 정리했다”고 말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중복규제와 관할 다툼 문제로 논란이 된 바 있다. 개정안은 앱마켓 분야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공정위가 아닌 방통위에서 우선적으로 제재한다는 내용이다. 금지행위 조항인 50조1항에 앱마켓 사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 유형 5가지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는 이미 공정거래법에서 규율하는 거래상 지위 남용 금지 등 ‘일반 불공정거래행위’와 겹치는데도 이에 대한 충분한 법리적 검토 없이 통과돼 비판이 일었다.
방통위의 경쟁법 집행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경쟁법 집행 전문성이 낮은 방통위가 빅테크들의 불공정행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인 배경이다. 실제 최근 몇년간 방통위가 제재한 사건은 대부분 경쟁 규제와는 무관한 개인정보 보호 법규나 단말기유통법과 관련된 사안이었다. 2017년 이후 방통위가 공개한 의결서 중에 전기통신사업법의 경쟁규제와 관련된 사건은 한 건도 없었다. 특히 현행법상 방통위가 전기통신사업법 50조1항으로 제재한 사건은 공정거래법으로 다시 제재할 수 없어 우려가 컸다.
그럼에도 과방위는 부처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채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과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개정안의 법리 등을) 공정거래법하고 일관되게 같이 적용할 건지 아니면 앱 마켓의 고유한 기준을 적용할 건지 저희는 방통위한테 그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향후 일정이나 구체적인 처리 절차는 아직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수정안이 만들어지는 속도를 두고 보면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기존 법안도 폐기하지 않고 법사위에서 보류해놓은 상태다. 정책위 관계자는 “가능하면 수정안을 만들어 상임위 단계부터 다시 밟으려 한다”며 “구글 때문에 (법안이) 당장 필요하다고 하면 일단 (기존 법안을 법사위에서) 통과시킨 다음에 정기 국회 때 본회의에서 수정하는 식으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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