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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홍남기 부총리는 왜 내용없는 ‘부동산 담화’를 발표했을까?

등록 2021-07-30 17:46수정 2021-07-30 23:36

부동산 정책 관심 큰 청와대와 교감 가능성
비판 예상하면서도 경제 수장 책임감도 작용
정책 실패 반성 없어 오히려 부작용만 낳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부동산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홍남기 부총리, 노형욱 국토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기획재정부 제공. 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부동산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홍남기 부총리, 노형욱 국토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기획재정부 제공. 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8일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 경고하는 ‘부동산 담화’를 발표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한데다 비판마저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 부총리가 담화를 발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0일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홍 부총리는 지난 7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이탈리아로 출국하기 전에 기재부 공무원들에게 담화문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담화를 내놓기 3주 전에 이미 계획을 세워둔 것이다. 담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재부 일부 부서에선 정작 별달리 내놓을만한 내용이 없어 난처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홍 부총리가 담화를 발표한데는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로부터 부동산 관련 대책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내놓을 대책이 없어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한 이후 부동산과 관련된 언급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에 대한 관심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여론 조사를 보면 국민이 코로나19 방역과 백신보다 부동산 이슈를 크게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온다”며 “부동산은 떠나지 않는 과제”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이 6월 말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보고 때는 물론 여러 차례 기재부에 부동산 정책을 챙길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번 담화 역시 청와대와의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홍남기 부총리 개인적으로도 정책 당국자로서 시장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7월 초 열린 부동산시장 관계장관회의에서 다른 부처 수장들에게 담화 발표에 대해 의견을 묻기도 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손 놓고 볼 수만은 없다는 의지에서였다.

하지만 정작 내놓은 담화의 내용과 형식을 두고 비판이 많다. 홍 부총리는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 없이 “주택 수요·공급 문제 때문이라고만 보기 어렵다”며 막연한 집값 상승 기대 심리, 불법·편법 거래, 시장교란 행위 등도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짚었다. 또 “현재 주택가격 지표들이 최고 수준”이라며 추격 매수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더욱이 부동산 담화를 발표하는 자리에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경제부처 수장뿐 아니라 김창룡 경찰청장까지 함께 한 것도 극히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관련 전문가는 “임대차 3법으로 전셋값이 오르는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홍 부총리의 담화는 (신뢰를)더욱 떨어뜨렸다”며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꼭 낳을 수 없는데도 여전히 ‘정부가 옳다’는 태도로는 아무런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청장까지 참여시켜 마치 국민을 잠재적 불법 투기꾼으로 만드는 모습은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주영 상지대 교수(부동산학)는 “일부 공인중개사의 불법행위나 부녀자회 등의 시장교란 행위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오히려 재건축 거주 의무화 제도를 1년 만에 백지화시키는 등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부동산 담화가 무슨 소용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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