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일(현지시각) 기점으로 미국 정부 부채가 한도를 초과하게 된다. 한도를 넘으면 더이상 빚을 낼 수 없어 채무 불이행 등 극단적인 상황이 올 수 있다.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1939년부터 90여 차례 부채 한도를 늘리거나 유예해왔다. 이번에도 미국 의회는 국가 부도를 막으려 한도를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우려되는 건 협상 지연이다. 지난 2011년 한도 조정이 늦어지자 미국의 신용 등급이 하향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해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 재무부가 부채 한도 위반에 따른 채무 불이행을 방지하기 위해 특별조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부채 한도는 미국 재무부가 합법적으로 빌릴 수 있는 총 금액이다. 미국 의회는 지난 2019년 22조3백억달러의 부채 한도 적용을 올해 7월31일까지 미뤘다. 이에 8월1일 한도가 다시 부활하는데, 이미 재무부의 부채는 28조5천억달러까지 증가한 상황이다. 따라서 재무부는 1일부터 한도 초과로 새로운 부채를 늘릴 수 없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의회에 ‘국가 부도’를 언급하며 한도 조정을 요구했으나 시한 내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재무부는 의회 한도 조정 전까지 현금과 특별 조치로 버텨야 한다. <월스리트저널>에 따르면 재무부의 현금 잔고는 7월 말 기준 4500억달러다. 재무부는 일반계정 잔고가 소진되면 저축계정투자·외환안정·공무원퇴직 등 주요 기금의 투자를 중단하거나 관련 재원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재무부는 이 같은 조치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오는 10~11월까지라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불확실성으로 정부 자금이 예상보다 빨리 바닥나 필수 지출은 물론 채권 보유자 및 사회 보장 수혜자와 퇴역 군인에 대한 의무도 지키지 못하는 채무 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의회예산국(CBO)은 7월부터 9월까지 연방정부 수입은 총 7860억달러인데, 지출은 총 1조55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다행히 미국은 역사상 한번도 부도가 난 적이 없다. 1939년 부채 한도 제도를 도입한 후 90여 차례 한도를 수정해 위기를 넘겼고, 이번에도 그렇게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의회의 협상 지연이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추가 재정 정책에 반대하며 부채 한도 증액에 부정적이며,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과도한 부채가 내년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점점 부채 한도 협상이 늦어지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부채 한도 지연으로 미국 국가 신용등급(AAA→AA+)을 강등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지난 2013년에도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신용평가사들이 등급 조정을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시장에서는 늦어도 10월 전까지 미국 의회가 부채 한도를 조정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일부는 원만히 해결되지 않아 2011년과 같은 불안이 재현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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