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단 기준금리를 동결하지만, 향후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는 다수의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4차 유행에 따른 경제 충격이 이전에 비해 작을 수 있으며, 가계부채 및 자산시장 과열을 더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것이다. 금통위는 오는 26일 다시 기준금리를 논의한다.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3일 한은이 공개한 제14차 금통위 의사록(7월 15일 개최)에 따르면 대다수 위원이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날 금통위는 역대 최저 수준인 현행 연 0.5%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나 고승범 금통위원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의사록에 따르면 ㄱ 의원은 “최근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향후 불확실성이 다소 높아졌으나 우리 경제의 전반적 회복세의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성장과 물가의 흐름이 지금과 같은 예측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수개월 내 완화 정도의 조정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ㄴ 의원은 “국내경제의 견실한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계속 확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가까운 시일 내에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ㄷ 의원 또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정해 변화된 금융 경제 상황에 맞게 정책 기조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최근 감염병 재확산 등에 따라 단기적 경기 흐름이 제약되고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기에 금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보건위기 전개 양상과 대내외 경제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ㄹ 의원은 “최근의 거시 경제 상황과 금융 안정 상황을 감안하면, 통화 정책 완화 기조의 조정을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고 전했다.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공식적으로 낸 고 위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폭증하고 코로나 관련 불확실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정확한 예측도 어려운 상황에서 마음이 무거우나, 금융안정에 보다 가중치를 두어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현 0.5%에서 0.75%로 상향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 명의 위원은 계속 금리 인상에 반대하며, 비둘기(완화 선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위원은 이날 “코로나19 충격은 전염병에서 촉발되었지만, 그 경제적 전개양상을 볼 때 양극화 충격에 가깝다”며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는 백신 접종이 충분히 이루어진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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