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식당에 코로나19 거리두기 4단계와 폭염으로 인해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돌멩이 하나로 양극단을 맞춰야 한다는 것인데….”
최근 정부 안팎에서 코로나19 4차 유행에 대한 경제 정책 대응이 쉽지 않다는 고민이 흘러나오고 있다. 경제 수준이 갈수록 양극단으로 벌어지고 있어서다. 한쪽에 집중하면 다른 한 쪽은 정책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렵더라도 통화, 재정, 금융 정책이 각자 역할에 맞는 우선 순위를 정하고, 공백을 서로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리 경제의 윗목과 아랫목 온도의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경고에도 자산시장은 계속 펄펄 끓고 있다. 지난달 서울 집값은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0.60%)을 보였으며, 자산시장 투자를 위한 은행 가계대출은 또 9조7천억원 늘었다.
실물 경제도 이전 1~3차 유행과 다른 양상을 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지난달 카드 매출액은 1년 전보다 7.9% 증가하면서 의외로 양호했다. 소비 심리가 이어지면서 수요 쪽 물가 상승 압력인 인플레이션 걱정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반면 방역 조치에 취약한 소상공인 매출동향지수는 2019년 수준을 100으로 볼 때 지난달 첫째 주 102.6을 기록한 후 셋째 주 93.7까지 하락했다. 특히 인원 제한 타격이 큰 음식·숙박·유흥 업종은 피해가 누적돼 더이상 버틸 수 없다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 중이다. 전체 경제 총량과 취약 분야의 경제 상황이 극단적으로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유독 4차 유행에서 실물 경제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배경에는 경제 주체들의 달라진 심리가 존재한다. 오랜 감염병 위기에 대한 피로감과 이로 인한 환경 적응이다.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은 방역 조치에 따른 강제적인 활동 제약과 감염 우려에 대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활동 위축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이뤄진다. 엄상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두 충격을 구분했을 때 코로나19 4차 유행은 이전보다 경제 주체들의 자발적인 활동 위축이 확실히 줄고 있다”며 “그러면서 전체 경제에 주는 충격이 과거보다 적어진 것인데, 그만큼 방역이 어려워 확진자 수는 늘고, 이로 인해 거리두기 조치가 이어지면서 영업 제한 업종의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격차가 벌어지면 정책 초점을 맞추기도 어려워진다. 당장 한국은행의 경우 물가와 금융, 경제 총량 수준 등을 고려하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저소득·소상공인 어려움과 금리 인상으로 혹시 나타날 경기 위축 등을 고려하면 통화 정책 정상화가 쉽지 않다. 재정 정책도 소비 진작과 피해 지원 재난지원금을 구분하지 않으면 방역과 크게 충돌한다.
정책 돌멩이로 한쪽을 맞추면, 다른 한쪽에서 문제가 터지는 난제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경제 괴리 속에서 취약 계층의 어려움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렵더라도 통화, 재정, 금융 정책의 역할을 나누라고 말한다. 통화 정책은 전체 경제 흐름을 맡고, 재정과 금융 정책이 취약 계층에 집중하면서 보완에 나서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정책을 경제 총량 관리에서 방역 책임을 떠안고 있는 자영업 등 산업 지원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정책마다 정해진 목표에 집중해 통화 정책은 물가와 금융을 우선 순위로 정한 후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며 “그리고 취약한 부분은 재정 정책이 전 국민보다는 어려운 곳에 지원금을 집중하고, 금융 정책이 본격적으로 채무 재조정에 들어가는 방안으로 양극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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