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도 패션쇼에도… 삼성 휴대폰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런던 히드로공항 입구에 세운 거대한 조형물. 삼성은 이같은 조형물을 런던, 파리, 베를린 등 유럽의 관문 역할을 하는 도시의 공항에 계속 설치해 가고 있다. 손 안에 있는 휴대폰으로 디지털문화의 모든 꿈을 실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왼쪽) 삼성전자는 문화적 자존심이 강한 프랑스에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수단으로 문화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지난 1월19일 프랑스 파리의 리도쇼장에서 열린 인기 디자이너 프랭크 소비에의 패션쇼에서 모델이 삼성전자 휴대폰으로 디자이너와 직접 통화하는 장면을 연출해 관객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프랑스서 노키아 제치고 마침내 1위에
영국 독일등 유럽 전체 점유율도 2위
“보석을 싸구려로 취급하나” 뚝심 협상
디자인 ‘진화’·스포츠 문화마케팅 주효
영국 독일등 유럽 전체 점유율도 2위
“보석을 싸구려로 취급하나” 뚝심 협상
디자인 ‘진화’·스포츠 문화마케팅 주효
세계를 뛴다/⑦ 삼성전자 유럽법인 삼성전자 프랑스 현지법인의 김양규 대표(상무)는 세느강이 내려다보이는 파리 사무실에서 예기치않은 전화를 받았다. 상대는 프랑스 이동전화 제1사업자인 오렌지(Orange)의 디디에 기오 사장. 그동안 김 대표가 만나자고 해도 시간이 없다며 콧대를 높이던 인물이다. 기오 사장은 “다음달엔 삼성전자 휴대폰 20만~30만대를 공급받아야 겠다”며 당장 삼성전자의 이기태 정보통신촐괄 사장과 김 대표를 만나고 싶다고 성화를 부렸다.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경쟁사인 노키아에게 물량을 모두 몰아주겠다는 위협까지 곁들였다. 하지만 주도권은 이미 삼성에게 넘어온 상태였다. “제2사업자인 에스에프알(SFR)이 삼성 휴대폰을 앞세워 공세를 펴자 다급해진거죠. 드디어 올 게 왔구나 하는 흥분과 함께 그동안 받았던 수모를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그 뒤로 오렌지는 삼성의 최대고객이 됐고, 기오 사장은 김 대표가 아무 때나 전화하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사이가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의 여세를 몰아 올해에는 유럽 전체로 3천만대의 휴대폰을 팔아 시장점유율을 17.6%로 더욱 끌어올릴 계획이다. 높아지는 위상과 점유율과 함께 거세지는 경쟁사들의 견제가 극복해야할 새로운 과제다. 휴대폰으로 높아진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는 엘시디TV 등 다른 제품의 판매에도 긍정적인 연쇄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 엘시디TV는 지난해 유럽 주요 5개국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에서 필립스를 제치고 대망의 1위에 올랐다. 파리·런던/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김인수 삼성전자 유럽총괄 대표
삼성전자의 영국 프로축구 클럽 첼시 후원은 대표적으로 성공한 스포츠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김인수 삼성전자 유럽총괄 부사장이 첼시의 감독으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주제 무링요와 어깨동무를 하며 강한 친밀감을 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첼시가 뛰면 삼성도 뛴다”
“고급 브랜드로 승부하라” 특명 지난해 4월 영국의 명문 축구클럽인 첼시와의 후원계약은 김 부사장의 마케팅 감각과 결단력이 잘 드러난 사례이다. 첼시 후원은 2003년 하반기 처음 검토됐지만 5년간 1억달러라는 엄청난 투자비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었다. 김 부사장은 부임 직후 보고를 받자 바로 무릎을 치며 추진 지시를 내렸다. 축구가 생활이자 문화인 유럽에서 영국 프리미어리그 우승으로 명문으로 부상한 첼시와의 후원계약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호기라고 봤고, 결국 그 판단은 적중했다. “첼시가 리그 수위를 달리면서 신문, 방송에 연일 관련기사와 사진이 실릴 때마다 우리는 첼시 기사가 아니라 삼성 기사라고 말합니다. 선수들 유니폼에 새겨진 삼성 로고의 미디어 노출 효과를 광고로 환산하면 연간 650억원을 넘을 겁니다.” 김 부사장은 올해에는 핸드폰에 이어 텔레비전, 모니터, 냉장고 등 모든 삼성전자 제품들을 대상으로 100달러 또는 200달러 미만의 값싼 제품은 더이상 취급하지 말라는 특명을 내릴 생각이다. “단순 수량 중심의 점유율은 앞으로 의미가 없습니다. 삼성은 고급 브랜드로 승부할 겁니다.” “항상 이곳에서 산화하겠다는 각오로 뛴다”는 그를 보면 전쟁터의 장수를 보는 느낌이다. 갱스터, 마피아가 별명이다. 삼성비서실 감사팀과 삼성전자 미주본사 재무책임자, 동남아 총괄, 본사 인사팀장 등을 두루 거친 전천후 삼성맨인 그의 도전은 끝이 없다. “1위인 노키아의 점유율을 30%대에서 20%대로 끌어내리고, 삼성 점유율을 20%대로 끌어올리는 게 꿈입니다.” 런던/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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