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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고급폰으로 유럽 잇는다” 삼성 또 하나의 신화쓰기

등록 2006-02-08 18:26수정 2006-02-08 19:31

<b>공항에도 패션쇼에도…</b> 삼성 휴대폰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런던 히드로공항 입구에 세운 거대한 조형물.  삼성은 이같은 조형물을 런던, 파리, 베를린 등 유럽의 관문 역할을 하는 도시의 공항에 계속 설치해 가고 있다. 손 안에 있는 휴대폰으로 디지털문화의 모든 꿈을 실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왼쪽) 삼성전자는 문화적 자존심이 강한 프랑스에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수단으로 문화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지난 1월19일 프랑스 파리의 리도쇼장에서 열린 인기 디자이너 프랭크 소비에의 패션쇼에서 모델이 삼성전자 휴대폰으로 디자이너와 직접 통화하는 장면을 연출해 관객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공항에도 패션쇼에도… 삼성 휴대폰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런던 히드로공항 입구에 세운 거대한 조형물. 삼성은 이같은 조형물을 런던, 파리, 베를린 등 유럽의 관문 역할을 하는 도시의 공항에 계속 설치해 가고 있다. 손 안에 있는 휴대폰으로 디지털문화의 모든 꿈을 실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왼쪽) 삼성전자는 문화적 자존심이 강한 프랑스에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수단으로 문화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지난 1월19일 프랑스 파리의 리도쇼장에서 열린 인기 디자이너 프랭크 소비에의 패션쇼에서 모델이 삼성전자 휴대폰으로 디자이너와 직접 통화하는 장면을 연출해 관객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프랑스서 노키아 제치고 마침내 1위에
영국 독일등 유럽 전체 점유율도 2위
“보석을 싸구려로 취급하나” 뚝심 협상
디자인 ‘진화’·스포츠 문화마케팅 주효

세계를 뛴다/⑦ 삼성전자 유럽법인

삼성전자 프랑스 현지법인의 김양규 대표(상무)는 세느강이 내려다보이는 파리 사무실에서 예기치않은 전화를 받았다. 상대는 프랑스 이동전화 제1사업자인 오렌지(Orange)의 디디에 기오 사장. 그동안 김 대표가 만나자고 해도 시간이 없다며 콧대를 높이던 인물이다.

기오 사장은 “다음달엔 삼성전자 휴대폰 20만~30만대를 공급받아야 겠다”며 당장 삼성전자의 이기태 정보통신촐괄 사장과 김 대표를 만나고 싶다고 성화를 부렸다.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경쟁사인 노키아에게 물량을 모두 몰아주겠다는 위협까지 곁들였다. 하지만 주도권은 이미 삼성에게 넘어온 상태였다. “제2사업자인 에스에프알(SFR)이 삼성 휴대폰을 앞세워 공세를 펴자 다급해진거죠. 드디어 올 게 왔구나 하는 흥분과 함께 그동안 받았던 수모를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그 뒤로 오렌지는 삼성의 최대고객이 됐고, 기오 사장은 김 대표가 아무 때나 전화하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사이가 됐다.

이는 최근 프랑스에서 최고의 휴대폰 브랜드로 급상승한 삼성전자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 중 하나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프랑스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 21.2%(수량 기준)를 기록하며, 3위에서 1위로 뛰어 올랐다. 값비싼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2004년부터 이미 금액 기준으로 1위에 올랐던 삼성 휴대폰이 실질적으로 프랑스 시장의 정상을 차지한 것이다. 노키아, 사젬(Sagem), 모토롤라, 소니에릭슨 등 강자들을 제치고 처음으로 달성한 것이기에, 그 의미는 한결 크다. 프랑스의 유력지 <르 피가로>는 “삼성, 프랑스에서 노키아와 사젬을 격파하다”라는 특집기사를 실었을 정도다. 현지법인의 김대원 과장은 “2001년 처음 100만대를 돌파한데 이어 2003년 200만대, 2004년 300만대, 2005년 480만대 등 매년 100만대 이상씩 늘었다”고 소개했다.

삼성은 영국, 독일에서도 판매량을 크게 늘리며 모두 점유율 2위에 올랐다. 삼성은 이들 국가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유럽 전체로 2600만대의 휴대폰을 팔아 시장점유율 2위(13.8%)를 기록했다. 1위인 노키아의 36%와는 아직 격차가 크지만, 불과 1년 전엔 점유율 9.4%로 4위에 그쳤던 것에 비교하면 놀라운 도약이다. 유럽에서 삼성전자가 반도체에 이어 휴대폰으로 ‘제2의 삼성신화’를 쓰고 있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과 기능이 뛰어난 삼성 휴대폰이 최고입니다.” 지난달 31일 파리 중심가인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에스에프알 직영점에서 만난 파리지엥 캄 키사나는 노키아를 쓰다가 삼성으로 바꾼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키사나가 손에 든 삼성 휴대폰은 지난해 유럽 최대 히트모델인 블루블랙1 D500이다. 2004년 말에 나온 D500은 삼성 휴대폰의 명품 이미지를 확고히 해준 제품으로, 1년 동안 무려 550만대가 팔려나갔다. 지난해 9월 선보인 후속모델 D600도 영국에서 ‘올해의 휴대폰’으로 선정되며 이미 200만대 이상이 팔렸다. 매장의 판매담당 매니저인 조프로이 겡블로는 “신규고객 다섯 중 한명은 삼성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말 파리의 관광명소인 오페라극장과 콩코르드광장을 잇는 큰길가에 새로 문을 연 오렌지 직영점의 매니저인 샹봉 르와는 “삼성 휴대폰이 가장 인기가 높아, 올해 판매목표 2만5천대 중에서 25%는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명에 가까왔던 삼성 휴대폰이 불과 몇년 사이 유럽 최고제품으로 부상한 것은 최고의 품질로 고가 전략을 고집한 ‘휴대폰 전도사’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의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사장은 협상 중에 거래업체들이 제품가격 인하를 요구하면 “보석 같이 만들었는데 싸구려 취급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며 들고 있던 삼성 휴대폰을 바닥에 내동댕이쳐 깜짝 놀라게했다. 제품의 견고성과 뛰어난 품질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적 행동이었다. 디자인에서도 노키아가 단순 막대기형을 고집하는 동안 플립형, 폴더형, 슬라이드형 등으로 빠르게 변신하며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과감한 스포츠마케팅과 세련된 문화마케팅을 혼합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도 주효했다. 프랑스의 국민배우인 제랄드 드 파르뒤유나 세계적 축구스타인 지네딘 지단도 매년 한두차례씩 삼성전자 현지법인 매장을 직접 들릴 정도로 삼성팬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의 여세를 몰아 올해에는 유럽 전체로 3천만대의 휴대폰을 팔아 시장점유율을 17.6%로 더욱 끌어올릴 계획이다. 높아지는 위상과 점유율과 함께 거세지는 경쟁사들의 견제가 극복해야할 새로운 과제다. 휴대폰으로 높아진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는 엘시디TV 등 다른 제품의 판매에도 긍정적인 연쇄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 엘시디TV는 지난해 유럽 주요 5개국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에서 필립스를 제치고 대망의 1위에 올랐다.

파리·런던/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김인수 삼성전자 유럽총괄 대표

삼성전자의 영국 프로축구 클럽 첼시 후원은 대표적으로 성공한 스포츠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김인수 삼성전자 유럽총괄 부사장이 첼시의 감독으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주제 무링요와 어깨동무를 하며 강한 친밀감을 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영국 프로축구 클럽 첼시 후원은 대표적으로 성공한 스포츠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김인수 삼성전자 유럽총괄 부사장이 첼시의 감독으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주제 무링요와 어깨동무를 하며 강한 친밀감을 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지금까지 반도체가 삼성을 먹여살렸다면, 앞으로는 휴대폰입니다.”

김인수 삼성전자 유럽총괄 대표(부사장)는 유럽에서 휴대폰으로 ‘제2의 삼성신화’를 만들고 있는 총책임자이다. 37개국을 아우르고 있는 삼성전자 유럽조직은 지난해 정신없이 뛰었다. 그 뒤에는 자그마한 키가 무색할 정도로 틈만 나면 열정과 꿈을 강조하며 직원들을 독려하는 김 부사장이 버티고 있다. 삼성 휴대폰이 지난해 유럽에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데는 뛰어난 디자인과 기능으로 무장된 제품력에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접목시킨 그의 역할이 컸다.

그는 지난해 2월 부임 직후부터 삼성전자 유럽법인의 20%를 물갈이하며 총력전에 선언했다. 경쟁사인 노키아와 모토롤라에서 우수인력을 영입하는 파격도 시도했다. 거래 유통업체에 부탁해 삼성전자 제품을 나르는 컨테이너 차량에 삼성 휴대폰 로고를 그려넣는가 하면, 임직원들의 승용차에까지 삼성 휴대폰 로고를 붙이도록 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나 하는 일이라며 불만도 있었지만 밀어붙였죠.” 젊은 비지니스맨들을 타깃으로 해서 고가 모델로 최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하고, 제품구입 전에 꼭 시장조사를 하는 유럽 소비자의 특성을 감안해서 휴대폰 관련 전문잡지들을 집중 공략해 ‘베스트 상품’, ‘올해의 휴대폰’ 수상을 휩쓸었다.

휴대폰 잡지 공략 수상 휩쓸어
“첼시가 뛰면 삼성도 뛴다”
“고급 브랜드로 승부하라” 특명

지난해 4월 영국의 명문 축구클럽인 첼시와의 후원계약은 김 부사장의 마케팅 감각과 결단력이 잘 드러난 사례이다. 첼시 후원은 2003년 하반기 처음 검토됐지만 5년간 1억달러라는 엄청난 투자비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었다. 김 부사장은 부임 직후 보고를 받자 바로 무릎을 치며 추진 지시를 내렸다. 축구가 생활이자 문화인 유럽에서 영국 프리미어리그 우승으로 명문으로 부상한 첼시와의 후원계약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호기라고 봤고, 결국 그 판단은 적중했다. “첼시가 리그 수위를 달리면서 신문, 방송에 연일 관련기사와 사진이 실릴 때마다 우리는 첼시 기사가 아니라 삼성 기사라고 말합니다. 선수들 유니폼에 새겨진 삼성 로고의 미디어 노출 효과를 광고로 환산하면 연간 650억원을 넘을 겁니다.”

김 부사장은 올해에는 핸드폰에 이어 텔레비전, 모니터, 냉장고 등 모든 삼성전자 제품들을 대상으로 100달러 또는 200달러 미만의 값싼 제품은 더이상 취급하지 말라는 특명을 내릴 생각이다. “단순 수량 중심의 점유율은 앞으로 의미가 없습니다. 삼성은 고급 브랜드로 승부할 겁니다.”

“항상 이곳에서 산화하겠다는 각오로 뛴다”는 그를 보면 전쟁터의 장수를 보는 느낌이다. 갱스터, 마피아가 별명이다. 삼성비서실 감사팀과 삼성전자 미주본사 재무책임자, 동남아 총괄, 본사 인사팀장 등을 두루 거친 전천후 삼성맨인 그의 도전은 끝이 없다. “1위인 노키아의 점유율을 30%대에서 20%대로 끌어내리고, 삼성 점유율을 20%대로 끌어올리는 게 꿈입니다.”

런던/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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