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노동자가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한국의 제조업 인력이 주요 제조 강국인 미국, 일본보다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3일 내놓은 ‘제조업 근로자의 고령화 추이’ 자료를 보면, 제조업 근로자 중 50대 이상의 비중이 2010년 15.7%에서 2020년 30.1%로 높아졌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에 바탕을 둔 분석이다. 같은 기간 30대 비중은 35.1%에서 27.8%로, 청년층(15~29세) 비중은 21.6%에서 15.2%로 줄었다. 40대 비중은 27.7%에서 26.9%로 떨어졌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에서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은 2011년 39.2세에서 2020년 42.5세로 3.3세 오른 데 견줘 일본은 1.2세(41.6세→42.8세), 미국은 0.3세(44.1세→44.4세) 높아진 데 그쳤다. 연평균 증가율에서 한국은 0.90%로, 미국 0.08%, 일본 0.32%보다 훨씬 가파르다. 한경연은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6년부터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은 44.9세로 미국(44.6세), 일본(43.6세)을 넘어서게 될 것”으로 추정했다.
한경연은 제조업 고령화에 대해 “저출산에 따른 인구 고령화” 때문이라고만 할 수 없고, “각종 기업 규제, 엄격한 노동 규제로 기존 정규직은 과보호되고 제조업의 투자와 고용이 위축돼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탓”이라고 풀이했다.
연령대별 임금 추이를 보면, 50대 이상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2010년 260만7천원에서 2020년 409만6천원으로 연평균 4.6% 증가한 데 견줘 청년층은 3.6%, 40대는 3.3%, 30대는 2.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경연은 고령층의 임금이 청·장년층보다 빠르게 오른 것은 생산성과 관계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급 체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경연은 고용부 자료를 인용해 2020년 기준 1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호봉급을 도입한 곳은 절반 이상(54.9%)이라고 밝혔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제조업의 고령화는 성장동력 약화로 이어져 산업 및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세대 간 소득 양극화와 청년 빈곤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직무가치·생산성을 반영한 임금체계로 개편하고 노동 유연성 제고, 규제 완화로 민간의 고용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교육·훈련 강화로 노동의 질적 향상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