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가계부채가 ‘역대 최대’ 규모인 41조2천억원 증가하면서 전체 잔액이 1800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주택 거래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모주 청약 등 ‘빚내서 투자’ 열풍도 꺾이지 않은 결과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이 하반기 대출 증가세를 억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2분기중 가계신용(잠정)’을 보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9천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41조2천억원 증가했다. 증가 폭이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며, 전체 잔액이 18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계부채로 볼 수 있는 가계신용은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 등 판매신용을 합친 것이다.
2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05조3천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8조6천억원 늘었다. 이 또한 2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주택담보대출은 17조3천억원 늘었는데, 전분기(20조4천억원)와 비교해서는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다. 그러나 기타대출 증가 폭이 21조3천억원으로 지난 1분기(14조3천억원)보다 컸다. 상반기 공모주 청약 열풍이 기타대출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2분기 가계대출은 금융 당국의 규제 강화에도 주택 거래 자금 수요가 유지됐으며, 공모주 청약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생활 자금 등에 대한 대출 수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업권별로 보면 예금은행 대출이 감소한 반면 비은행, 기타금융기관 대출이 증가했다. 2분기 예금은행 대출 증가 폭은 12조4천억원으로 전분기(18조7천억원)에 비해서는 축소됐다. 주택담보대출은 줄었지만, 기타대출은 늘었다. 정책 모기지론이 주택금융공사 등으로 약 9조원 양도된 것이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은 전분기 대비 9조1천억원 증가했다. 1분기 증가 폭(5조6천억원)을 크게 넘어섰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지만, 기타대출 증가세가 확대됐다.
기타금융기관 대출도 17조1천억원 늘면서 전분기 증가 폭(10조5천억원)을 뛰어 넘었다. 기타금융기관에서는 기타대출보다 주택담보대출이 많았다.
올해 2분기는 코로나19 재확산 전으로 소비 심리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판매신용 잔액도 100조6천억원으로 전분기와 비교해 2조7천억원 증가했다. 판매신용 증가 폭 역시 2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정부의 경고에도 2분기 가계 빚이 크게 늘면서 하반기 상황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도 부상하고 있다.
송 팀장은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대출 금리가 올라 가계신용 증가 속도가 완화될 수 있다”며 “금리 정책 외 금융 기관의 가계대출 태도도 가계신용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앞으로 정책 대응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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