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1년 3개월간 이어진 ‘역대 최저금리 시대’ 종료 여부가 결정된다. 애초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컸는데, 코로나19 재확산이 막판까지 변수가 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다면 가계부채와 자산시장에 대한 ‘금융안정’을, 금리를 유지한다면 ‘코로나19 불확실성’을 이유로 꼽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어떤 쪽으로든 결단을 내려야 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경기 수준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가 정점에서 둔화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어 금리 인상 시점을 잘못 판단하면 ‘실기’ 논란에도 휩싸일 수 있다.
한은은 26일 8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을 논의한다. 한은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지난해 5월 역대 최저 수준인 0.5%까지 내린 뒤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8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컸다. 한은이 지난달 금통위에서 향후 금리를 올리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한은은 ‘가계부채 및 자산시장 과열에 대한 금융안정이 최우선 과제’이고 ‘물가와 경기 등 실물 경제도 금리 인상 뒷받침할 정도로 회복’됐다는 점을 들어 금리 인상 여건이 갖춰졌다고 강조했다. 한은의 이 같은 생각은 이달 금통위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코로나19 4차 유행이 경제 총량에 주는 충격도 과거에 비해 아직 약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다면 ‘불확실성’을 원인으로 꼽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안정 필요성과 실물경제 판단은 그대로이지만, 혹시 커질 코로나19 위험을 고려해 금리 인상 시점을 조금 뒤로 미룬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코로나19 재확산과 방역 움직임, 전체 경제와 다르게 피해가 커지고 있는 자영업자 상황 등을 두세 달 더 지켜본 후 10~11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한은이 금리를 동결했을 때 실기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기는 크게 ‘회복→상승→둔화-→하강’으로 움직인다. 통계청의 경기순환시계를 보면 우리 경제는 연초 회복 국면을 거쳐 지난 6월 주요 지표 10개 중 8개가 상승 국면에 위치하고 있다. 실제로 1분기(1.7%)와 2분기(0.7%) 성장률은 정부 내부 예상을 뛰어넘은 바 있다. 그런데 수출, 광공업생산, 설비투자, 소매판매 등의 지표는 상승 국면에서 조금씩 둔화 국면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상반기 워낙 강한 반등세를 보여 조정을 겪고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 경제가 상반기 정점을 찍고 조금씩 둔화되고 있다면 금리 조정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나마 경기가 상승 국면에 있을 때 금리를 올려야 경제 충격이 덜하며, 추가 인상 여력도 확보할 수 있다. 코로나19 4차 유행이 지나간 후 경제가 훨씬 좋아지면 상관 없지만,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져 금리 인상 시점이 애매해지면 기회를 놓쳤다는 ‘실기’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역대 최저라 코로나19 이전(1.25%)수준까지 정상화한다면 0.25%포인트씩 세 차례는 올릴 수 있다.
한편, 이번 금통위는 고승범 전 금통위원의 금융위원장 내정으로 1명 공석 상태인 총 6명으로 회의가 진행된다. 과반수(4명) 이상 동의가 있어야 금통위 의결이 가능하며, 3명씩 찬반이 엇갈리면 의결이 불가능하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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