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라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 상당부분 어렵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과 금융지원을 합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13%에 달한다.”(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국가채무가 3∼4년전에 비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이 지난해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8.7%로 6.4%포인트 올랐는데 선진국은 120%로 16%포인트가 올랐다. 명백히 선진국에 비해 적게 썼다.”(같은 날 국회 예결위 홍 부총리)
“국가채무가 최근 코로나 위기 대응 과정에서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국가채무의 절대 수준은 선진국의 절반도 안된다. 어느 나라보다 가장 양호하다. 다만 채무 증가 속도가 빨라서 우려하는 대내외 시각이 많아 그런 측면도 경계하자는 뜻이었다.”(7일 국회 예결위 홍 부총리)
7일 이틀째 열린 국회 예결위에서 홍 부총리의 국가재정에 대한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한편에서는 홍 부총리가 재정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주장하고, 반대편에선 재정이 양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홍 부총리는 여당의 확장 재정 필요성 주장에는 ‘재정건전성’을, 야당의 재정건전성 우려에는 ‘아직은 괜찮다’는 입장이었다.
이를 두고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홍 부총리는 줄곧 코로나19 위기에 재정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재정건전성을 우려했다. 지난 2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그는 “정부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재정이 적극 노력을 하겠다”면서도 “재정의 수지나 국가의 채무, 또는 재정건전성 문제를 같이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도 헤아려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입장을 여야는 물론 언론에서 제각각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똑같은 입장을 두고 왼쪽과 오른쪽에서 보고 달리 해석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기재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기재부는 1년 넘게 코로나19 유행이 발생할 때마다 추경 편성 등으로 임시 대응을 해올 뿐, 향후 재정의 역할을 통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구체적인 목표나 계획을 수립하는 노력조차 없다. 오히려 “2023년부터 재정 정상화”(홍남기 부총리)하겠다고 밝혀, 새 정부에 짐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우석진 교수는 “소상공인 손실보상이나 기준금리 인상에 서민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 등에 대한 대책을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재정건전성 역시 구체적으로 재원 마련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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