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3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2년 예산안 및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관련 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최근 604조4천억원(총지출 기준)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내놓으며 ‘확장 예산’이라고 강조한 것과 달리 다른 선진국에 비해선 적자 규모가 적어 ‘슈퍼예산’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나라살림연구소는 8일 ‘2022년 예산안 정량분석’ 보고서를 내어 “총지출 규모가 증가했다는 사실만으로 확장적 재정 기조임을 증명할 수 없다”며 “증감률 추이를 비롯해 경상성장률과 통합재정수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의 비교 등을 통해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본예산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을 웃도는 예산 규모만으로 확장 재정이나 슈퍼예산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내년 예산(총지출) 증가율은 8.3%(2021년도 본예산 대비)로 2019년 9.5%로 크게 늘어난 이후 줄곧 줄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9.1%, 8.9% 증가율이었다. 더욱이 국세수입 등 총수입 증가율은 13.7%로 총지출 증가율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9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1년도 예산이 확장 재정이라는 근거 가운데 하나로 총수입 증가율 대비 총지출 증가율이 더 높은 점을 꼽은 바 있다. 이 기준으로는 내년도 예산은 확장 재정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하다. 아울러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은 2.6%로 2020년(3.0%), 2021년(4.4%)에 비해 작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과 비교해도 통합재정수지 적자 수준은 작다. 지난 5월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 경제전망에 따르면, 회원국들의 내년 국내총생산에 견준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평균 6.0%로 한국의 2.6%보다 큰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4.0%), 프랑스(4.8%), 이탈리아(6.4%), 영국(6.4%), 미국(9.4%) 등 주요 선진국들의 통합재정수지 비율도 모두 한국보다 높았다. 한국이 나라 곳간에 들어오는 돈보다 더 많이 쓰지만, 다른 나라보다는 덜 쓴다는 뜻이다. 더욱이 한국의 통합재정수지 기준은 중앙정부만을 따지고 있어, 다른 회원국처럼 지방정부 재정까지도 포함할 경우 적자비율이 더 낮아져 확장 재정의 의미는 퇴색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내년도 예산 규모만을 두고 정상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로 ‘슈퍼예산’이라고 하지만, 사상 최대라는 규모만으로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총지출 증가율이 최근 10년 평균보다 높다는 점이나 통합재정수지 등을 감안하면 확장적 재정 기조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슈퍼예산이라고 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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