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커뮤니케이션 직원들이 사내 회의실에서 멘토(후견인) 교육을 받는 도중 강사에 말에 활짝 웃고 있다.
[기업시민] 시장에선 무한경쟁 봉사활동은 전략적 제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도 전략적 제휴가 활발하다. 국내 양대 인터넷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엔에이치엔(NHN)이 손을 맞잡은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4년 봄,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다음세대재단을 통해 엔에이치엔 쪽에 온라인을 통한 청소년 후원사업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엔에이치엔은 흔쾌히 동의했고, 다음커뮤니케이션과 6개월 동안 프로그램 작업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해 10월, 두 회사는 1억원씩 공동 출자해 웹사이트 ‘e멘토링 또띠’(www.tortee.org)라는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청소년-인생선배 만남 주선”
1억씩 공동출자…사이트 구축
프로그램 참여업체 속속 늘어
재원 넉넉잖을땐 재능 기부도 e멘토링은 직장인과 청소년을 인터넷 전용 게시판을 통해 일대일로 맺어주는 것으로, 청소년들의 잠재력과 성장을 돕고 조언해주는 일종의 후견인 활동이다. 두 회사의 임직원들도 어려운 처지의 청소년들을 위해 후견인이 되겠다며 팔을 걷고 나섰다. 장애인 부모와 세명의 동생을 둔 중학생 이민경(가명·16)양은 이 프로그램 덕분에 지난해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신종섭(33)씨를 후원자로 만난 뒤 희망에 부풀어 있다. 민경이를 맡고 있는 이화여대성산종합사회복지관의 김은정 사회복지사는 “민경이가 후견인 신씨와 글을 주고받으면서 표정이 밝아지고 의사표시를 확실히 하는 등 적극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도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통해 작은 도움이나마 줄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터넷사업 부문에서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회사가 서로 의기투합한 데는 업무 특성상 청소년들을 위한 후원 사업의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회사 관계자들은 말했다.
멘토를 자청한 중부도시가스 직원들과 사회복지단체 ‘미래를 여는 아이들’의 청소년들이 짝을 이뤄 서로 등을 두드려주고 있다.
방황하기 쉬운 사춘기 때는 마음을 잡아주는 ‘인생 선배’가 앞으로의 행로에 큰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특히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이 닥쳤을 때나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자신을 이끌어 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된다. 신입사원들의 빠른 회사 적응을 위해 선배 사원과 일대일로 이어주는 후견인 제도(멘토링)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엔에이치엔의 프로그램 취지에 공감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참여하는 기업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재 중부도시가스, 로레알코리아, 투어익스프레스,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 등이 함께 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이름과 로고 등 이미지 작업도 메타브랜딩과 디자인캐스팅이라는 회사에서 기부한 것이다. 이들 회사는 재원이 넉넉지 않아 기부금을 내는 대신, 자신들의 재능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 웹사이트에는 200여명의 직장인이 후견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오프라인 활동이 지니는 시·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은 친숙한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부담없이 사회의 선배를 만나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가능하고, 참여 직장인들은 바쁜 일상과 업무에 지장을 받지 않으면서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e멘토링 또띠를 운영하고 있는 다음세대재단의 방대욱 실장은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뜻을 한데 모은 여러 기업들의 협업을 통해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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