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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외국투기자본 제조업까지 ‘먹튀’

등록 2006-02-09 19:20수정 2006-02-09 21:21

외국계 투기자본의 폐해가 금융업에서 제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외국계 대주주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회사 문을 닫게 된 경북 구미 소재 오리온전기의 노조원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외교통상부 청사에 진입해 농성을 벌이다 경찰들에게 끌려나오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오리온전기의 회사 정문에 외국계 투기자본의 횡포를 고발하는 펼침막이 어지럽게 걸려 있는 모습. 한겨레플러스 자료사진
외국계 투기자본의 폐해가 금융업에서 제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외국계 대주주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회사 문을 닫게 된 경북 구미 소재 오리온전기의 노조원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외교통상부 청사에 진입해 농성을 벌이다 경찰들에게 끌려나오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오리온전기의 회사 정문에 외국계 투기자본의 횡포를 고발하는 펼침막이 어지럽게 걸려 있는 모습. 한겨레플러스 자료사진
회사 인수해 정리해고 뒤 이익 빼내 철수
오리온전기·만도·매그나칩 등
일방적 회사청산 노동자들 길거리로
경북 구미에 있는 오리온전기에서 일해온 1300여명의 임직원들은 요즘 전국 곳곳에서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다. 회사의 외국계 대주주들이 지난해 10월 말 느닷없이 문을 닫아 모두 실업자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그동안 주로 금융업에서 발생했던 외국계 투기자본의 폐해가 최근 들어 제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때 대우그룹의 알짜 계열사였던 오리온전기는 2003년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지난해 4월 미국계 투자회사인 매틀린패터슨이 채권단으로부터 6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오리온전기의 순자산가치만 2187억원에 달해 헐값매각 시비가 있었지만, ‘3년 동안 전 종업원 고용보장’과 ‘인위적 구조조정 때는 노조와의 합의 후 시행’ 등을 약속해 단독 인수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그 뒤 매틀린패터슨은 네덜란드에 ‘일렉트라 인베스트먼트’라는 서류상의 회사(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오리온전기의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와 피디피(PDP) 사업부문을 넘기고, 고용비중이 가장 높은 브라운관(CRT) 사업부문은 역시 홍콩에 있는 서류상 회사인 ‘오션링크’에 팔았다. 오션링크는 지난해 10월 말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법인 해산 결의’를 해 버렸다. 오리온전기 노조 안진찬 정책부장은 “회사 쪽에서 한마디 상의나 예고도 없이 대표이사 발표문으로 ‘법인 해산’을 통보했다”며 “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회사를 살리려고 전체 종업원들의 3분의 2가 퇴출되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었는데, 그 결과가 결국 회사 청산”이라며 분개했다.

외국계 투기자본이 인수한 기업에서는 회사의 중장기 발전이나 고용안정은 별로 관심이 없다. 오로지 대주주의 이익 극대화가 최고의 가치다. ㈜만도는 99년 말 한라그룹 해체로 제이피모건 등이 공동투자한 ‘선세이지’로 지분 73.1%가 넘어간 뒤 유상감자와 고배당 등으로 이들 대주주가 지금까지 2373억원을 거둬갔다. 실제 지분 인수가격 1890억원 이상으로 수익을 챙긴 셈이다. 그것도 모라자 2002~2003년에는 모듈공장을 비롯한 세 사업부문을 팔아치웠다. 여기에다 센세이지는 지난해 10월 현대자동차 등을 인수후보로 선정해 지분을 모두 팔 예정이다. 하이닉스반도체에서 2004년 6월 분리된 매그나칩 반도체도 미국의 씨티벤처캐피탈펀드에 매각된 뒤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인수 당시 씨티벤처캐피탈은 비메모리 사업의 확충과 이를 위한 자본증액 계획을 밝혔으나, 오히려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사업 등을 매각하며 몸집 줄이기만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성훈테크놀로지 등 3개 사내 하청업체들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해 원성을 사고 있다. 정종남 투기자본감시센터 기획국장은 “단기간에 이익을 챙긴 다음 철수하는 ‘먹튀 자본’의 폐해를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된 일”이라며 외국 투기자본으로 무분별한 기업매각을 방조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정치권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열린우리당 이상경 의원은 투기자본의 기업인수에 제동을 거는 내용의 공적자금관리 특별법, 금융지주회사법, 증권거래법 등의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 내기로 했다. 이 의원은 “공적자금이 투입되거나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한 기업들이 부적절한 곳으로 넘어가 해당 기업은 물론 국가경제 전체에 피해를 주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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