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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수소’ 생산국 포부 밝힌 한국, 재생에너지 접목한 그린수소가 관건

등록 2021-10-29 04:59수정 2021-10-29 15:30

[수소경제 로드맵]
제주시 한림읍 상명풍력발전단지 안에 들어서 있는 그린수소 생산 시설. 국내 처음으로 실증 단계에서 그린수소를 생산한 바 있으며, 내년 1분기 중 상용 목적의 생산도 예정돼 있다. 왼쪽부터 압축기실, 버퍼탱크, 셀터(연료전지, 칠러&컴프레셔, 압축기 컨트롤 박스), 전기 버퍼 설비(재생에너지 변동성 해소). 한국중부발전 제공
제주시 한림읍 상명풍력발전단지 안에 들어서 있는 그린수소 생산 시설. 국내 처음으로 실증 단계에서 그린수소를 생산한 바 있으며, 내년 1분기 중 상용 목적의 생산도 예정돼 있다. 왼쪽부터 압축기실, 버퍼탱크, 셀터(연료전지, 칠러&컴프레셔, 압축기 컨트롤 박스), 전기 버퍼 설비(재생에너지 변동성 해소). 한국중부발전 제공
‘한국이 주도하는 첫번째 에너지’. 정부가 수소경제 비전을 제시하면서 내건 구호성 메시지에는 탄소경제 시대 때와 달리 에너지 생산국으로 주역을 맡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석유 시대에 빗대자면 ‘산유국’ 자리에 올라 의미 있는 수준의 ‘에너지 영토’를 차지하겠다는 뜻이다. 얼마나 현실성을 띠고 있는 것일까.

정부는 이달 들어 ‘수소 선도국가 비전’을 제시한 데 이어 다음달 열릴 제4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세부 실행 방안을 담은 ‘수소경제 이행 기본 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수소경제 비전에서 핵심은 ‘그린수소’ 생산이다. ‘블루수소’와 함께 청정수소의 두 축을 이루는 그린수소는 빛, 바람 같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져 전체 생산 과정이 친환경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블루수소는 수소 생산 과정 중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제거한 수소를 말한다.

블루, 그린 어느 쪽이 기술적으로 앞선 것이라거나 상위 개념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하나, 궁극의 목표 지점은 그린수소 쪽으로 여겨진다. 정부가 이달 들어 제시한 수소 선도국가 비전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국내에서 생산할 청정수소 목표량 중 그린수소는 2030년 25만t으로 블루수소 75만t보다 적게 잡혀 있지만, 2050년엔 그린 300만t, 블루 200만t으로 역전되는 쪽으로 제시돼 있다. 장기적으로 그린수소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뜻이다.

블루와 마찬가지로 그린수소 생산 또한 아직 사업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본격적인 의미의 그린수소 상용화는 먼 미래의 과제로 꼽히며 다른 나라들의 사정도 대동소이한 것으로 파악된다.

양병내 산업통상자원부 수소경제정책관은 “어느 나라도 그린수소의 상용화, 비즈니스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이며 다들 기술 개발하고 실증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와중에도 기술 수준이나 실증 작업의 규모 면에서 앞선 나라들이 있어 차이는 띠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 정책관은 “미국, 독일, 일본 같은 전통적인 제조 강국의 쟁쟁한 업체들이 수소 생산 기술을 일찌감치 연마해왔기 때문에 우리와는 갭(차이)이 있고, 실증도 우리보다 대규모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은 “그린수소를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차원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에선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오십보백보”라며 “그린수소라는 개념이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를 통해 국제사회에 제시된 지 3~4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상용화 단계에 이른 나라가 없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자료
<한겨레> 자료
상용화 전 실증 단계에서 생산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이미 나와 있고, 내년 1분기쯤엔 수소 드론과 수소차 충전소에 공급하는 용도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예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실증 단계에서 소량이나마 그린수소를 생산한 국내 첫 사례는 제주 상명풍력발전단지 내 잉여에너지를 활용하는 500㎾급 규모의 그린수소생산단지에서 나왔다. 상명풍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중부발전은 수소전문기업 지필로스 등과 함께 풍력발전의 잉여전력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실증 작업을 벌였다. 남원모 중부발전 차장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시운전 상태로 하루 35㎏가량의 수소를 생산하는 실증 작업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수소 1㎏은 수소차 ‘넥쏘’로 90~100㎞까지 주행할 수 있는 양이다.

중부발전은 내년 1분기 상용 목적의 생산을 위한 목표 아래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수소 드론을 운영하고 수소차 충전소에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수소 드론은 풍력발전 설비를 점검하는 데 필요하다고 중부발전 쪽은 밝힌다. 블레이드(풍력발전기 회전날개)가 “지상 90m 이상 높은 곳에 설치돼 있어 드론의 활용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상명풍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그린수소를 공급할 수소차 충전소는 현대자동차 쪽에서 구축 중이며 내년 1분기쯤 완료될 것이라고 중부발전 쪽은 전했다. 계획대로 상용 목적으로 생산할 경우 이 역시 국내에선 첫 사례로 기록된다.

이보다 좀 더 큰 규모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제주 행원풍력발전단지에서 3㎿급 수전해 시스템으로 하루 200㎏의 수소를 생산해 충전소에 공급하는 방안이다. 그린수소 생산 시설 중 ㎿급으론 국내 첫 사례로 꼽힌다. 중부발전, 지필로스는 이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이 외에 제주에너지공사, 두산중공업 등도 사업 파트너로 들어 있다. 지난해 10월 시작돼 2023년 4월 실증 과정을 마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

한국전력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그린수소 생산 방안은 앞의 두 사례와 달리 태양광 연계 모델이다. 2019년 시작돼 내년 4월까지 수소 생산과 저장 기술 개발을 마친 뒤 2023년까지 실증 작업을 벌이는 방안이다. 실증 과정은 강원도 동해시에 있는 동서발전 동해바이오발전본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태양광에 바탕을 둔 그린수소 생산으론 국내 첫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한화솔루션이 강원도·한국가스기술공사와 손잡고 강원도 내 풍력발전소에서 공급하는 전기를 활용해 내년부터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현대중공업이 2025년까지 동해 부유식 풍력단지에 그린수소 실증 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을 벌이는 것을 비롯해 국내 다수 기업이 그린수소 생산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에스케이(SK)그룹, 포스코, 효성, 현대오일뱅크 등도 청정수소 분야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잡아놓고 있다.

블루수소와 그린수소의 중간 성격으로 역시 청정수소의 일종인 청록수소 생산에는 에스케이가 나서고 있다. 에스케이㈜는 세계 첫 청록수소 상업화에 성공한 미국 모놀리스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청록수소는 천연가스를 고온의 반응기에 주입한 뒤 수소와 ‘고체 탄소’로 분해해 생산하는 수소다.

이상훈 소장은 “(그린수소 생산에서) 기술적 측면만 보자면 ‘수전해’ 부분이 핵심으로 꼽히지만, 더 핵심적인 관건은 경제적 효율성을 확보하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물을 분해해 그린수소를 만들어내는 데 쓰이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기가 비싸기 때문에 경제성을 확보하는 게 어렵다는 사정을 일컫는다. 이 소장은 “기술적인 난제에 막혀 있는 ‘핵융합’과 달리 ‘그린수소 생산’ 분야에선 요소 기술은 다 확보하고 있음에도 재생에너지 가격이 높고 에너지 변환 과정에서 손실이 생기는 데 따른 비용 문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한다.

류주석 한화솔루션 부장은 “재생에너지 전기의 생산 단가나 수전해 비용이 낮아지고 있어 2030년쯤이면 그린수소의 생산비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류 부장은 “국내에서 우리 자체적으로 그린수소를 만드는 것보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게 훨씬 싸겠지만,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기후 여건에 따라 들쑥날쑥한) 문제나 국가적인 에너지 시스템의 안정성을 고려할 때 국내 생산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나라들에 견줘 신재생 전력 기반에서 약한 한국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임은 정부의 수소경제 비전에서도 드러난다. 전체 수소 사용량 대비 국내 생산으로 채울 그린수소의 비중은 매우 낮다. 정부 계획상 수소 사용량은 2030년 390만t(청정수소 비율 50%), 2050년 2700만t(청정수소 비율 100%)으로 잡혀 있다. 그린수소 국내 생산량은 전체 사용량에 견줘 2030년 6.4%, 2050년 11.1%에 지나지 않는다. 블루수소를 포함해도 25.6%, 18.5% 수준이다. 청정수소의 80%가량을 수입 물량으로 채운다는 뜻이다.

양병내 정책관은 이에 대해 “그린수소를 해외에서 들여온다고 해도 그냥 수입만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서 합작 투자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양 정책관은 “한화, 효성, 에스케이, 현대차, 한전, 발전 공기업들이 삼삼오오 ‘라인업’을 형성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서 (그린수소 등 청정수소를) 상당 부분 생산해 수입하는 방식이 될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에너지 자급률은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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