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3분기 고작 ‘0.3%’ 성장한 배경에는 정부 투자 부진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투자도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 충격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 투자 사업이 각종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전체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내렸다.
3일 <한겨레>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지난 3분기 정부 투자는 전 분기보다 4.3%(계절조정, 실질 기준) 감소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1%(원계열, 실질 기준) 줄었다. 3분기 정부 투자 규모는 총 14조9181억원(원계열, 실질 기준)으로 계절성을 고려해 같은 분기로 비교하면 2018년 3분기(13조8341억원) 이후 가장 적었다.
정부의 예산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영향을 미친다. 인건비 지출 등은 정부 소비, 건설과 설비투자 지출 등은 정부 투자로 분류돼 지디피 내 ‘정부 기여도’로 집계된다. 재난지원금 같은 현금 지원 지출은 민간으로 돈이 이전된다고 보기 때문에 지디피 내 민간소비 항목에 주로 반영된다.
3분기 정부 지출은 소비의 경우 성장률에 도움이 됐지만, 투자는 되레 성장률에 타격을 줬다. 전체 지디피 성장률 0.3%을 쪼개보면 민간이 기여한 비중은 0.3%포인트인데, 정부 기여도는 0%포인트에 불과했다. 정부 소비가 0.2%포인트 성장률을 끌어올렸지만, 정부 투자가 다시 0.2%포인트 성장률을 깎아내렸다.
3분기 정부 투자는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3분기 정부 투자가 감소했는데, 공공 부문도 민간과 비슷하게 건설 자재 등의 수급이 어려워 대규모 공사 시행이 잘 안 됐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3분기 성장률에 정부 소비는 플러스(+) 요인이 됐지만, 정부 투자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로 자재 수급 등이 어려워 투자가 부진했다”고 밝혔다.
정부 투자 부진이 중요한 이유는 4분기 경기 반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한국 경제는 3분기 성장세가 ‘0.3%’로 둔화하면서 4분기 성장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올해 연 4%대 성장을 달성하려면 남은 4분기 성장률이 1% 이상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민간의 소비 심리가 회복되는 것 뿐만 아니라 정부도 예산을 투입해 성장률을 끌어 올려야 한다. 그런데 정부 투자가 공급망 차질에 계속 발목이 잡히면 4분기 경기 반등에도 비상이 걸릴 수 있다.
정부는 일단 투자에 필요한 원자재를 최대한 확보해 본다는 방침이다. 기재부는 최근 철근 등 건설 투자에 필요한 자재를 수급하기 위한 지침을 현장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4분기에 올해 남은 예산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을 예정이다. 기재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연말까지 올해 편성된 예산의 98%를 집행할 계획이다. 역대 최고 수준의 예산 집행률이다. 4분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114조8천억원)보다 11조7천억원 증가한 126조5천억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4분기에 정부가 지출할 수 있는 예산 여력이 아직 남아 있다”며 “정부 투자 수급 차질 문제도 연말에는 다소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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