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고부채 시기에 금리를 인상하면 저부채 시기에 비해 경제성장률이 2배 가까이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 경제가 온전한 회복 단계에 들어서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경기에 미칠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천소라 케이디아이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4일 ‘민간부채 국면별 금리 인상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1999년 2분기부터 2021년 1분기까지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소비자물가, 기준금리, 민간부채 등의 지표를 활용해 높은 부채 상황과 낮은 부채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경기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높은 부채 상황에서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경제성장률이 3개 분기에 걸쳐 최대 0.15%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낮은 부채 상황에서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3개 분기에 거쳐 성장률이 최대 0.08%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금리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률 하락 폭은 저부채 국면보다 고부채 국면에서 컸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도는 아니었다.
천 총괄은 “금리 인상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일부 완화할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이와 동시에 경기 회복을 저해할 수 있음을 고려해 통화정책 정상화의 속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 상황에서 금리 인상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고 금리 인상에 동의하지만, 경기 회복세를 고려하면서 점진적으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금리 인상이 취약계층의 채무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며 “금융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취약계층의 보호를 위한 재정·금융정책 등의 보완책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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