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공급 병목 문제와 관련해 아세안 5개국의 상황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세안 5개국이 2015년 이후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 기지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의 생산 차질은 공급망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세안 5개국에 대한 중간재 수입 의존도가 일본,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편이다.
한국은행은 7일 ‘해외경제 포커스’ 자료를 통해 “올해 겨울철 코로나19가 다시 크게 확산될 경우 아세안 5개국에서의 생산 차질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재차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이들 지역의 생산 차질이 여타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과 맞물려 글로벌 물가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타이,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5개국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산업 생산과 수출입이 부진을 겪는 모습이다. 지난해 기준 아세안 5개국은 전 세계 중간재 수출 시장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수출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이후 정체를 보이는 가운데 아세안 5개국이 빠르게 성장했다. 미⋅중 무역 갈등, 중국 인건비 상승 등으로 다국적 기업이 베트남 등으로 생산 기지를 다변화한 것이다.
이에 아세안 5개국의 생산 차질도 세계적인 공급망 문제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보고서는 “글로벌 생산 기지로서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아세안 5개국에서의 생산 차질은 글로벌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아세안 5개국에 대한 중간재 수입 의존도는 일본(13.2%), 중국(12.6%), 한국(9.0%) 등의 순서로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천연고무(95.8%), 식물성 유지(84.9%), 의류(43.9%), 고무 타이어(22.0%), 통신기기(21.1%) 등에서 수입 의존도가 높았다.
한은은 이날 보고서에서 아세안 5개국 제조업 생산이 약 7% 차질을 빚으면 한국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0.06%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분석은 해당 품목의 재고가 전혀 없고, 다른 국가에서 대체 상품을 찾을 수 없다는 가정에 기반한 것으로 실제 충격은 이보다 다소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아세안 5개국의 생산 차질에 따른 충격이 컸다. 보고서는 “일본, 중국, 독일, 미국 등에 비해서 충격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며 “한국이 받는 파급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것은 우리나라가 제조업 비중과 무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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