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모두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시점에서 중앙은행 수장의 교체 시기를 맞닥뜨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는 내년 3월 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임기는 내년 2월 초에 끝난다. 두 국가 중앙은행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시중에 푸는 돈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행보를 시작한 상황인데, 수장 교체가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 총재의 임기는 내년 3월31일까지다. 그런데 이 총재의 후임 임명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복잡해질 수 있다. 대통령 선거는 내년 3월9일이며, 당선된 차기 대통령의 취임은 내년 5월이다. 이 총재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말은 아직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는 시점이지만, 차기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정부 안팎에서는 한은 총재 후임자에 대해 문 대통령이 당선인과 의논을 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후임자 임명이 늦어지면 4~5월 한은 총재 자리가 잠시 공석이 될 수 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는 내년 1월, 2월, 4월, 5월에 열릴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가 내년 2월 금통위까지 임기 내 두 차례 정도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금리 수준이 1.25%까지 올라간다. 이 같은 통화정책 정상화 행보를 차기 한은 총재가 어떻게 이어 받을지 매우 중요하다. 또 후임자 임명에 시간이 걸리면 4~5월 금통위가 총재 없이 열릴 수 있다. 금통위원 중 한 명이 순번에 따라 금통위 의장을 맡아야 하며, 한은 조직 관리는 부총재가 대행해야 한다.
미국 연준은 내년에 의장뿐만 아니라 다수 구성원이 바뀐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당연직인 7명의 연준 이사가 있고, 11개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3교대로 투표권이 교체된다. 파월 의장과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의 임기가 각각 내년 2월, 내년 1월 종료된다. 여기에 랜들 퀄스 이사도 지난 8일(현지시각) 사임 의사를 밝혔다. 원래 공석인 1명의 자리까지 감안하면 내년 연준 이사 7명 중 4명의 자리가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주식 거래 논란으로 이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와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도 사임한 상태다. 보스턴 연은은 내년 투표권이 생긴다. 따라서 차기 보스턴 연은 총재 성향도 연준 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차기 연준 의장 자리는 파월의 연임이 거론되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은 금융 규제와 불평등, 기후 문제 등에 소극적이라고 연임을 반대한다. 하지만 일부 인사들 외 민주당, 공화당 다수 의원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파월 의장의 경쟁자는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다. 파월 의장과 비슷한 비둘기파(완화정책 선호)로 평가되지만, 금융 규제와 기후 변화에 더 적극적이다. 만약 파월 의장이 연임한다면 브레이너드 이사는 기존 퀄스 연준 이사 직무였던 금융감독 부의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있다.
연준 의장 교체 여부는 이번 달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이번 달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행한다. 이 속도가 유지되면 내년 6월 테이퍼링이 종료되고, 정책금리 인상 시기로 진입하게 된다. 경제 상황과 연준의 구성원 등이 변하면 금리 인상이 시작되는 시점이 기존 계획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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