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오는 25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0.75%인 기준금리를 1.00%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올린다면 다음번 추가 인상 시점에 대해 던질 ‘신호’도 중요하다. 최근 일부 전문가들이 금리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을 내놨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8월 코로나19로 역대 최저인 0.50%까지 내려온 기준금리를 정상화하는 행보를 시작했다. 한은이 지난달 금리를 동결하면서 한 차례 ‘숨 고르기’를 했으므로 이번 달에는 0.25%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다음번 회의에서 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여건은 추가 금리 인상이 가능한 상태다. 한국 경제는 지난 3분기 성장률이 0.3%에 불과했지만, 4분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경기 반등이 기대된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2%를 기록하면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 등 자산시장 과열은 여전히 식지 않는 모습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달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작하면서 통화정책 방향을 서서히 긴축으로 돌리는 상황이다. 한은은 이날 경제 전망도 수정한다.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은 기존 전망인 4%를 유지하는 대신 물가 상승률을 당초 예측(올해 2.1%, 내년 1.5%)보다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한은 입장에서는 경기 개선 흐름에 높은 물가, 금융 불균형, 주요국 긴축 행보 등 금리를 추가로 올릴 근거가 충분하다.
한은이 이번 주 금리를 올린다면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다음번 추가 금리 인상 시점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 한은 금통위는 1월, 2월, 4월, 5월에 각각 열린다. 이 총재는 이미 지난달 내년 초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그는 “내년에도 통화정책은 경제 상황의 개선 정도에 맞춰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내년 초까지 두 번 연속 인상하면 금리는 1.25%,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까지 올라가게 된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금리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 “11월에 금리를 올리게 되면 (금리 인상) 속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빠른 것으로 오히려 경기 하방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2일 한국경제학회 세미나에서도 신인석 중앙대 교수(경영학),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대학원 교수, 김소영 서울대 교수(경제학) 등이 경기와 물가 수준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11월 금통위는 이 총재의 추가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발언도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1월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1.00%로 인상되겠지만, 매파(긴축 선호) 색깔은 10월보다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금통위는 금리 인상 결정 후 내년 1~2월 1.25%로 추가 인상 신호도 함께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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