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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물가지수 집값 반영했더니 저물가·고물가 ‘롤러코스터’

등록 2021-11-29 17:07수정 2021-11-30 02:34

주택 가격 변동성 커 물가 지표도 위 아래 ‘휘청’
물가 지표 왜곡 없도록 변동성 제거가 핵심 과제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 항목에 ‘집값’이 포함되지 않아 물가가 부동산 가격 급등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보다 현실에 가까운 물가를 산출하기 위해서 집값을 반영하는 게 맞는 것일까. 부작용이나 반영 방법상의 문제점은 없을까.

한국은행이 지난 2일 공개한 ‘10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이에 대한 고민이 드러난다. 이날 회의에선 집값을 반영해 산출한 소비자물가 변동률 시뮬레이션 결과가 보고됐다고 한다. 한 금통위원은 “우리도 미국과 같이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에 적절히 반영해야 하는데, 이를 포함하면 최근 물가 상승률은 높아지지만 2019년 전후 시기의 상승률은 낮아진다”며 “이는 통화정책 판단과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반영 방식을 판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주거비는 주택임차료(전월세)와 자신이 소유한 주택에 대한 자가주거비(집값) 등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는 아직 임차료만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위원의 발언처럼 자가주거비까지 적용하면 2019년 물가는 더 낮아지고, 올해 물가는 더 높아지게 된다.

<한겨레>가 2019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전월세통합지수, 물가 상승률을 살펴본 결과, 2018년 11월~2019년 7월 집값과 임차료가 하락하는 일시적 조정이 있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 또한 0%대로 내려오는 하락세를 보였다. 기존 물가 지표에 자가주거비까지 얹으면 저물가가 더 극심해지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발생하는 것이다. 반면 최근 상황은 반대다. 매매가격지수와 전월세통합지수는 2019년 말부터 최근까지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부터 물가안정목표(2%)를 매달 넘고 있다. 현재는 물가 지표에 자가주거비를 얹으면 상승률이 더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중된다. 주택 가격 변동이 워낙 크다 보니 물가 지표가 함께 위 아래로 출렁이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주거 점유형태 중 57.9%(2020년 기준)는 ‘자가’인 까닭에 집값을 물가에 반영하려면 전체 지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게 설정할 수밖에 없다. 이를 도입한 국가들의 물가 지표 내 주거비(임차료+집값) 비중은 최대 30%를 웃돌고 있는데, 그만큼 물가를 크게 흔들 수 있다.

생계비에서 주택 구입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물가 지표에 집값을 반영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다만 이것이 지표를 왜곡해 물가를 너무 끌어올리거나, 끌어내리는 부분은 조정해야 한다. 물가 지표는 일정 기준점을 넘어가면 디플레이션, 인플레이션 우려가 생기면서 기준금리를 조정해야 하는 압박이 생기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조정은 물가 외에도 경기 상황, 금융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야 하는데, 집값으로 널뛰는 물가에만 좌우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은은 2018년 11월 말 경기 개선과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 당시 집값이 반영돼 물가가 더 낮게 나왔다면 금리 인상이 쉽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자가주거비 물가 반영은 지표 왜곡을 막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이를 도입한 국가는 집이 투자 자산도 되는 까닭에 주택 가격 자체를 그대로 물가에 반영하지 않는다. 미국은 자신이 소유한 주택을 임대했을 때 발생할 수익(‘임대료 상당액’)을 추정해 물가에 반영하고 있다. 이 방법은 물가 지표에 주는 변동성을 다소 줄여준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택 임대 시장은 월세 위주인 미국과 달리 전세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미국 방식을 그대로 준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주요국 사례를 토대로 우리나라에 맞는 집값 물가 반영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유럽중앙은행은 여러 연구를 통해 향후 5년간 자가주거비를 물가에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소비자물가에 자가주거비를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부동산 가격 변동이 심하면 결국 물가지수 변동성도 커져 통화정책 운용에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에 많은 연구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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