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경제적 충격은 동아시아 상황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과 아세안(ASEAN) 5개 국가가 전 세계 원자재 및 부품을 책임지면서 ‘공급망 차질’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의 공장이 다시 멈추면 물가는 더 치솟고, 경기는 훨씬 악화된다. 아직 말레이시아 외 해당 지역은 오미크론에 뚫리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적 공급망 문제와 물가 급등 배경엔 동아시아 생산 차질이 존재한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면서 전 세계 분업화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중국, 인도네시아, 타이,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의 경제가 코로나19로 멈춘 것이다.
중국은 석탄 등 화석 연료 재고 부족으로 전 세계에 원자재 대란을 일으켰다. 또한 방역 조처로 중국 주요 항구가 일시적으로 폐쇄되면서 물류 차질도 심화됐다. 저렴한 인건비로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 기지로 부상하고 있는 아세안 5개 국가는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상품의 중간재 등 부품을 만들고 있는데, 이들 지역 또한 코로나19로 생산에 차질을 겪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 차량용 반도체, 운송장비, 1차 금속제품 등의 공급이 어려워졌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동아시아 생산 차질이 개선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완화되면서 공장들이 재가동에 들어갔다. 각 국가의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살펴보면, 대부분 지역이 기준선(50)을 넘어서면서 생산 확대 조짐을 보였다. 중국은 제조업 피엠아이가 지난 10월 49.2까지 하락했지만, 11월에는 50.1으로 크게 올랐다. 이 외 지난달 말레이시아(52.3), 베트남(52.2), 인도네시아(53.9), 타이(50.6), 필리핀(51.7) 등도 모두 기준선을 넘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일 “동남아시아 전역의 공장들이 느슨해진 이동 제한 규제로 인해 생산량을 만회할 수 있는 회복의 길을 걷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흐름대로 이어지면 세계적 공급망 차질이 조금씩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갑자기 발생한 오미크론은 겨우 나타난 회복세를 꺾을 위험 요인이다. 6일 기준 아시아 지역 내 오미크론 발생 국가는 한국, 일본, 홍콩,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싱가포르, 인도 등이다.
다행히 중국과 말레이시아 외 아세안 주요 국가에는 아직 오미크론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만약 이들 국가에 발생한다면 봉쇄 조처는 미국과 유럽 등 다른 국가 대비 더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무관용 원칙으로 고강도 조처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아세안 국가는 상대적으로 의료 체계가 견고하지 않기 때문에 오미크론 발생시 전체 경제 활동이 멈출 수밖에 없다.
김효진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 발생 관련 경제 및 물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데,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의 경우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코로나19 확산세 및 이동 제한 조처가 향후 경제 및 물가 경로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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